강만수 메가뱅크론 연장선
산업은행이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 서울지점의 소매금융(개인금융)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이 한국에서 소매금융업을 접기로 방침을 정하자 산업은행이 접촉에 들어갔다”며 “산은 내부에 인수팀이 꾸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은 6월 말 현재 총 자산 30조원, 여신 7조원 규모의 중견 은행이다. 서울에 6곳(서울역·삼성·압구정·서초·방배·광장), 경기 분당·인천·대구·대전·부산에 각 1곳씩 총 11개 점포를 갖고 있다. 기업금융 쪽에 치우친 사업구조로, 소매금융 부문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익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은이 홍콩상하이은행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하면 지점 수가 현재 60곳에서 71곳으로 늘어난다. 산은은 지점 수를 올해 말 77곳, 내년 100곳, 3년 내 200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산은은 지난달 29일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고객이 은행 점포에 가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다이렉트뱅킹 상품 ‘케이디비(KDB) 다이렉트’를 내놓는 등 소매금융 기반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곳이 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이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은의 덩치 불리기 행보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일본 등에 비해 국내 금융기관이 낙후돼 있고 규모도 작아 국제무대에 나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라며 메가뱅크론을 제기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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