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료·근거 등 추가요구
대형 유통업체들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수수료 인하를 둘러싸고 계속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 3사는 30일 공정위에 자체적인 판매수수료 인하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는 “동반성장 취지에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백화점, 대형마트, 텔레비전홈쇼핑 등 11개 대형 유통업체가 ‘판매수수료 3~7%포인트 인하’에 9월 초 합의한 뒤, 10월에 이를 시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 실무자들이 들고 온 인하안은 3%, 5%, 7%포인트 인하를 각각 몇개 협력업체에 적용할 것인지조차 명시하지 않은 등 너무 추상적이었다”며 “백화점 쪽에 구체적인 기초자료와 인하 범위·규모를 정한 근거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3사는 이날 각각 최고경영진 회의를 열어 결정한 인하안을 통해, 수십억원대의 판매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 금액은 롯데(7948억원), 현대(2174억원), 신세계(2053억원)의 지난해 영업이익 1~2%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는 공정위가 예로 든 영업이익의 5~10% 수준에 한참 모자란다. 일부 대형마트와 홈쇼핑업체들은 백화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하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후 중소 납품업체를 심층면접하고,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의 수수료율 실태를 분석하는 등 유통업체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0월분 결제일이 한참 남아 있기 때문에 (애초 계획대로) 다음달분 수수료부터 실행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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