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국감증언
청와대에 사실상 추천권 시인
17개월 공석…한은 독립성 훼손
청와대에 사실상 추천권 시인
17개월 공석…한은 독립성 훼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추천하지 못한 이유가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점지해 주지 않아서 그런 거냐?”(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청와대의 의견을 물어보고 (후보를) 협의해 추천하는 게 지금까지 관행이라 정부 의견을 기다리다 늦어지고 있다.”(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가 청와대의 언질이 없어 17개월째 금통위원을 추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금통위원 추천이 늦어지는 데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아무나 추천했다가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면 추천받은 사람도 곤란하다”며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문의했더니 아직 결정된 게 없어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추천권이 무력화됐음은 물론, 금통위원 장기 공석에 대한 책임이 청와대에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한국은행법은 통화신용정책을 의결하는 금통위원을 7인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가운데 1인은 경제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한상의에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퇴임한 2010년 4월 이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넘게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그동안 대한상의가 후보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적임자가 정해지는 대로 인선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손 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사실상 두 기관이 국민을 속여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청와대가 금통위원 민간추천제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이정희 의원은 “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태”라며 “대한상의가 추천권을 반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배숙 민주당 의원도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금통위원 공석을 비롯해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정부와의 거시정책실무협의회 발족 등 통화정책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한은 입장에서 답을 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한은법 취지에 맞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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