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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안전자산으로”…원화 급락속 달러·위안·엔 ‘동시강세’

등록 2011-09-26 20:11수정 2011-09-27 10:33

26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이마에 손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95.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6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이마에 손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95.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대국-신흥국 엇갈리는 환율
원달러환율 한달새 9.3%↓ 1195.80원 13개월내 최고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땐 1600원까지 치솟을수도”
코스닥 8.28% 주저앉아
“원화 가치가 인도네시아나 브라질 등 신흥 개도국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신용도가 ‘리먼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선진국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주식과 원화값이 연일 추락하면서 ‘리먼 사태’의 기시감(데자뷔)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을 좇아 나라별로 ‘통화가치 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 하락세(환율 상승)가 유난히 가팔라 시장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 자본의 안전자산 수요는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에 이어 이젠 중국으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26일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8월 말보다 9.3% 급락했지만, 같은 기간 엔화는 0.1% 하락에 그쳤고, 위안화는 오히려 0.1% 상승했다. 달러·엔·위안화가 동시에 강세를 띠는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강판석 우리선물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데다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다”며 “일본은 달러 대체재로서의 수요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엔·위안화의 달러 대비 추이/원화의 엔·위안화 대비 추이
엔·위안화의 달러 대비 추이/원화의 엔·위안화 대비 추이
하지만 원화의 경우 ‘리먼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주 인도 루피아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달러 대비 각각 4.6%, 3.3% 평가절하(환율 상승)됐다. 브라질 레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각각 8.5%, 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값은 4.7% 떨어졌다. 이들 신흥국 통화가치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다 이달 들어 가파르게 출렁이고 있다. 각국 정부가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는 모습도 똑같다. 주요 투자기관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자금회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통화가치의 동반 약세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선진국 은행을 거쳐 신흥국으로 전염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연말쯤 1200원을 찍을 줄 알았는데 속도가 빠르다”며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1200원 돌파는 물론 1600원까지도 금방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 외환시장은 유럽계 은행의 자금 회수 조짐에 역외 세력의 투기가 가세하고, 여기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의 환전 수요까지 몰리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우리만 흐름을 바꿀 순 없다’는 점이다. 최근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시장개입도 환율의 방향성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 분위기다. 외환당국도 한계를 알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무역의존도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변동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2008년과 다른 것은 우리만 예외적인 처지가 아니며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와 유사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44.73(2.64%) 떨어진 1652.71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우며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은 8.28%나 폭락한 409.55에 마감했다. 2008년 11월6일(-8.48%) 이후 하루 하락폭으로는 최대다. 원-달러 환율은 29.8원 폭등한 1195.80원에 마감해, 지난해 8월 고점(1198.10원)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51%로 주말보다 0.06%포인트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김회승 기자, 한광덕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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