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 성남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서 예금 가지급금 신청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예금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은행 안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일·에이스저축은행서
2009~2010년 2500억
동일인 여신한도 피하기
고양터미널서 이자 부담
회계법인 보고서 나온뒤
금감원 늑장포착 의구심
2009~2010년 2500억
동일인 여신한도 피하기
고양터미널서 이자 부담
회계법인 보고서 나온뒤
금감원 늑장포착 의구심
저축은행 운영 복마전
고양종합터미널 사업 시행자인 종합터미널고양㈜(대표 이황희)이 제일·에이스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당시 특수관계회사 18곳을 동원해 법에서 정한 동일인 여신한도를 피해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장은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여신 부실화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22일 대주회계법인에서 작성한 종합터미널고양 외부감사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2010년 한해 제일·에이스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단기차입금은 2386억원이며, 이 가운데 자사 명의의 차입금은 308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단기차입금의 절반을 웃도는 1352억원은 삼조글로벌, 지비지니스, 드림스타컴퍼니 등을 거치는 우회대출 방식으로 흘러갔다.
지비지니스 지분 100%를 가진 이황희 대표가 종합터미널고양의 지분 60%를 확보하고 있는 등 이들 회사는 특수관계로 얽혀 있다. 대주회계법인은 삼조글로벌 등의 차입금에 대해 “특수관계자 명의로 조달한 실질적인 회사(종합터미널고양) 차입금”이라고 밝혔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종합터미널고양 쪽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선 7~8월 경영진단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통해 이 사업에 관련된 제일·에이스저축은행 등의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을 밝혀냈다고 주장하지만, 회계법인에선 올 4월12일 외부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훨씬 전에 이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 회사의 대출처는 예외없이 저축은행이었다. 대출금을 내준 쪽에는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제일·제일2·에이스저축은행 외에 ㅇ, ㄴ저축은행도 끼어있다. 회사별 단기차입금 규모는 드림스타컴퍼니 215억원, 지비지니스 130억원, 아성하우징 101억원, 라피온 100억원 등이다. 대출 한도가 해당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돼 있는 규정에 맞춘 규모였다. 특수관계 회사를 동원해 대출을 끌어다 쓴 것은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단기차입금 2245억원 중 1166억원이 특수관계회사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법정 한도를 피해가는 불법 대출의 전형이었다.
2009~2010년에 걸친 종합터미널의 단기차입금은 전체 여신의 일부일 뿐이며, 저축은행에서 갖다 쓴 총 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제일·에이스 두 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만 6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최대 복마전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편, 고양터미널 사업을 부산저축은행 의혹에 연루된 아시아신탁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아시아신탁은 일산 백석동의 고양터미널 부지 2만9000㎡와 터미널 준공 때 상업시설 분양 수익권에 대한 신탁관리(대출 담보물의 관리) 계약을 맺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아시아신탁 설립 과정에서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김 전 원장의 부인 명의로 보유한 이 회사 지분 4%(4억원)을 차명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종합터미널고양 경영 현황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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