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지급일 하루 전인 21일 밤 경기 성남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가지급금을 받으려고 예금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남/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일·에이스, 대출이자 갚도록 계속 돈 빌려줘
금감원이 한도초과대출 ‘알고도 묵인’ 의혹
금감원이 한도초과대출 ‘알고도 묵인’ 의혹
분양 사기 사건이 일어났던 고양터미널 사업장이 부실 저축은행들의 불법 대출 온상지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은 경기도 일산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에 제일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이 공동으로 6000억원 이상을 불법 대출한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양터미널 건설에는 2002년부터 제일저축은행이 1600억원, 에이스저축은행이 4500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기자본의 20%를 넘어 동일인 대출 한도 위반이다. 더욱이 금감원의 경영진단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규모는 1400억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돼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의 부실 여신 중 대표 격으로 부각돼 있다. 제일, 에이스 두 저축은행은 고양터미널 사업에 애초 약 300억원씩 분양자 중도금 명목으로 대출했다가, 사업 부진으로 연체가 쌓이자 돈을 빌려줘 이자를 갚도록 하는 편법적인 대출을 일으켰다.
고양터미널 사업에선 첫 시행사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모집하는 사기를 저지른 뒤 부도를 내고 퇴출당했으며, 지금은 일산종합터미널㈜이 사업시행을 맡고 있다.
대출을 받은 쪽인 일산종합터미널의 사업성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해 결산 때 외부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은 외부감사 보고서에서 회사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고, 지난해 말 현재 단기차입금이 총자산의 96%인 240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였다.
두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두고는 금감원의 불법 묵인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첫 시행사의 분양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의 민원을 무마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 대출을 저지르도록 금감원이 눈감아줬다는 주장을 해당 저축은행 쪽에서 제기했다. ㅎ법무법인을 통해 금감원에 질의한 결과, 한도 초과 대출을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법률 검토 의견을 전달해와 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법무법인이 그렇게 검토한 서류를 갖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게 우리 쪽 서류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 부원장은 “2005년 9월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민원이 들어와 원만히 해결하라고 지도했고, 이후 민원이 취하됐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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