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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 불안에 ‘당국 용인설’ 겹쳐…“환율 추가상승 불가피”

등록 2011-09-20 21:01수정 2011-09-21 09:54

원화 가치 폭락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급등했지만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20일 코스피는 17.03(0.94%) 오른 1837.9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1784억원을 순매도하며 장중 한때 18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매수가 4454억원이 들어오며 지수를 떠받쳤다. 유로존 위기가 깊어질수록 그만큼 해결책에 대한 합의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상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20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환율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하게 할 만큼 불안한 모습이다. 원화 가치 폭락은 주로 대외 불확실성에 기인하고 있고 유럽이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여기에 이달 들어선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그동안엔 원화 강세를 전망해 환헤지를 하지 않았는데 최근 환율이 오르자 환차손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면서 환율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이 경우엔 외국인 자금이 국외로 유출되지 않아도 환율이 오르게 된다. 반면 은행들은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조선업체가 내놓는 수출 네고 물량을 받아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달러 공급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당분간 환율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실물경제엔 위험요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의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기업 등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어려워 투자 등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환율 변동분을 수입가격에 전가하는 비율이 확대돼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당국이 ‘적정 수준의 고환율’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은행의 파생상품 담당 임원은 “정부로서는 물가만큼이나 수출과 경상수지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급격하고 추세적인 달러 유출이 아니라면 정부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고환율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기자, 한광덕 선임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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