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4원 오른 114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지난해 12월27일 1149.0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진 금융시장에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충격이 더해지면서 환율은 장중 한때 1156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상승폭을 줄였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급등은 유로존 위기의 확산 우려와 함께 달러화 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이 환차손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를 사들이면서 단기적으로도 수급에 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도 비교적 선방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보름 새 87원 가까이 폭등했다. 최근 주식은 물론 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당국도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20일 “최근 원화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정의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1150선을 넘어서면서 당국의 시장개입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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