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간신히 면한 ‘취약지대’ 6곳 불안감 증폭
“상당수 이미 분산예치…파장 제한적” 관측도
“상당수 이미 분산예치…파장 제한적” 관측도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 7곳의 명단이 발표됨에 따라 저축은행 고객들 사이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자칫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하고, 금융시장 전반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가장 취약한 불안지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5%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에서 간신히 퇴출을 면한 저축은행들이다. 이번에 이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고, 6개에 이른다는 사실만 드러나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저축은행들의 명단은 9월 중 경영공시 과정에서 일부 드러날 수도 있다. 18일 금융감독당국의 합동설명회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가 여기에 포함된 저축은행 2곳의 실명을 거론했다가 황급히 취소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사안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업정지를 면한 이들 6개 저축은행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자체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이들은 영업정지 대상 후보군에 들었다가 경영개선 계획을 승인받아 가까스로 살아난 곳들이어서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이런 취약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퍼지면서 정상적인 저축은행에서도 예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지난 2월 부산, 대전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때도 뱅크런 도미노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정부는 이런 위험에 대비해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3조5000억원에 이르는 지원 자금을 확보해놓았다. 금융당국이 이와는 별도로 ‘금융안정기금’을 동원해 후순위채나 상환우선주를 매입해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마련해놓은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의 반영이다. 금융안정기금은 정상적인 금융회사가 부실업체의 퇴출 과정에서 휩쓸리는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로 마련된 안전장치다.
이번 저축은행 살생부 발표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놓고는 전망이 갈린다. 글로벌 금융 불안에 따라 가뜩이나 취약해져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 추가로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으로,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안의 내용이 지난 7월 이후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었으며, 상당수 예금자들은 분산 예치 등으로 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다.
전국 98개 저축은행의 총수신은 지난 6월말 63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금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밝히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상당수 예금자들이 1인당 예금액을 법정 보장한도인 5000만원 아래로 이미 쪼개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충남지역 한 저축은행 임원은 “수신 600억원 중 5000만원 이상 맡긴 고객들 돈이 50억원가량 되는데, 거액 예금을 갑자기 인출하려고 하면 서로 곤란해지니 가족들 사이에 나눠서 예치하도록 유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거액 예금자들은 미리 분산 예치를 해놓은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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