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뇌관’ 다중채무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책
취업·창업 등 자활기회 필요
복지 늘려 생계대출 축소를
취업·창업 등 자활기회 필요
복지 늘려 생계대출 축소를
저소득층과 저신용자가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회복으로 소득을 늘리고 금리정책을 통해 상환능력을 넘어서 빚을 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지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빚이 과다할 경우, 고금리 부담을 줄여주고 신용회복을 통한 자활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채무재조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들의 자발적 협약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워크아웃은 채권 회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원금과 이자는 감면되지 않고 변제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며 “상환능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보니 중간에 포기하고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빚을 모두 갚고 신용을 회복한 비율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50%가량은 채무변제 과정에 있지만 30%는 중도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운영하는 파산·개인회생 제도도 미국·일본 등보다 빚을 갚아야 하는 기간이 길다. 채무자들은 그 사이엔 최소한의 생계비로 살아야 돼 너무 오랫동안 부담을 지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무담보채무의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가능한 빨리 채무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서민들의 복지기반을 늘려 의료비 등 생계형 대출이 급전 수요로 몰려 빚의 수렁에 빠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 고액 수술이나 만성질환치료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보다는 복지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미소금융·희망홀씨 대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서민금융대책에 대해서도 자칫 빚만 늘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대출을 통한 지원은 더 많은 빚을 지게 해 채무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서민들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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