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역적자 47억달러 넘어
18개월 연속흑자 행진도 ‘끝’
“장기화”-“일시적” 전망 갈려
18개월 연속흑자 행진도 ‘끝’
“장기화”-“일시적” 전망 갈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8월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수출 등 국내 실물경제가 세계적인 경기둔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재완 장관은 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클럽 초청강연에서 “현재로서는 성장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좀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경기)하방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직후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들이 선진국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있으므로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라며 “적어도 한달 정도는 지나봐야 안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5%로 낮춘 바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던 정부가 “경기하방 위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 수출 쪽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집계한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을 보면, 수출 257억1700만달러, 수입 304억56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47억3900만달러에 이른다. 통상 8월이 비수기이고 수출대금 결제가 월말에 몰리는 점을 고려해도 적자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수출비중이 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의 수출 감소가 급격해 월말 흑자전환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정부는 8월 수출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8월은 계절적 요인에다 이상폭우 등의 영향이 겹쳐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9월에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며 “주요국 가운데 우리가 수출입 통관실적을 제일 처음 발표하는데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성장의 또다른 축인 내수(투자와 소비) 부문의 ‘뒷심’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수출뿐 아니라 투자와 소비 부문 역시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에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 탓에 수출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내수 부문이 성장률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장관이 이날 “국내 수요는 일자리와 소득 증가세에 의해 어쩌면 수출보다 성장 부문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상수지 160억달러 흑자 목표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허약한 내수 기반 탓에 ‘불황형 흑자’의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먼 사태 이듬해인 2009년은 수출 감소보다 내수 침체에 따른 수입 감소가 더 커지는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며 “수출 부진이 투자와 소비심리를 냉각시켜 내수의 동반침체를 부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