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이달만 1조원 빼내…금융불안 여파 회수 가능성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만기연장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투자자는 모두 3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주식시장과 달리 꾸준히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왔는데 이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영국계 자금은 지난 17일까지 17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19일 통화안정증권 1500억원을 만기연장을 하지 않은 채 매도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도 18일 1400억원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프랑스계 자금은 이달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만 모두 1조원이 넘는 돈을 빼냈다. 독일과 룩셈부르크도 이달 들어 줄곧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18일 이후엔 매도로 돌아섰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금융불안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채권에 투자한 자금을 일시에 빼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회수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국고채와 통안채 규모는 550조원가량이고, 이 가운데 유럽계 자금은 9조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선 외국인 자금의 채권시장 이탈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럽 금융기관들이 자금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 이탈하고 있는 추세로 보긴 아직 이르고 투자 규모도 작은 편이라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며 “외국계 중앙은행과 글로벌 채권 펀드 등 장기투자기관은 국채에 대한 투자를 여전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차입 중 유럽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36%로 미국 28%, 아시아 35%에 견줘서도 높은 편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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