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물류기업 티엔티(TNT)코리아의 물류관리 전문가인 이호진 과장(오른쪽)이 17일 회사의 물류센터에서 동료 직원과 함께 의료기기 물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티엔티코리아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16) 물류관리사
국제정세·업계동향 잘 알아야
글로벌시대 직업 전망은 밝아
국제정세·업계동향 잘 알아야
글로벌시대 직업 전망은 밝아
물류관리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생산된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을 그려내는 ‘물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생산자 창고와 유통업체 창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기까지 물류관리사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전세계에 퍼져 있는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운송·보관이 더욱 중요해져 전망도 밝은 직업군이다.
네덜란드 종합물류사인 티엔티(TNT)에서 일하는 이호진(36) 과장은 특히 기업 물류를 관리하는 전문가다. 정보기술(IT), 의류, 자동차, 생명과학 등 국내외 기업의 물류 운송 루트을 짜고 원가를 분석한 뒤, 최적의 운송 수단을 찾아 각 기업에 제시하고 그 흐름을 지켜보며 개선하는 게 그의 핵심 업무다. 이 과장은 “각 기업 입장에서 물류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대신 찾아주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전자제품을 생산자 창고에 보관하면 재고비용이 증가하니까, 티엔티 비행기로 생산공장에서 유통회사 창고로 직접 이송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머릿속에 세계 지도를 그려놓고 비행기와 배로 화물이 오가는 길을 디자인하려면 무엇보다 국제 정세와 업계 동향에 밝아야 한다. 큰 운송사고가 없었는지, 재난이나 파업 사태는 없었는지 수시로 국제 뉴스를 확인하고, 물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각국의 환율과 물가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정보가 관련 시장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분석해 물류에 미칠 파장까지도 예측하는 분석력도 필요하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삼성전자나 엘지(LG)전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해 휴대전화 관련 시장의 원자재 공급이나 제품 수출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는 미국 주관의 생산재고관리사(CPIM), 물류 경력 5년 이상자에게 응시 권한이 주어지는 국제 물류자격증(CPM)으로 이러한 능력을 검증받기도 한다.
일상 근무에서는 낮과 밤이 뒤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세계 시장 변화에 맞춰 국외 법인이나 지사와 자주 대화하고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미 국가와 일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과장은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우리의 업무라서 밤낮이 뒤바뀌어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물류관리자가 되려면 대학에서 물류 관련학을 전공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산업공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한 뒤 물류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영을 전공한 이 과장처럼 다른 분야를 전공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하고 세계 물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분석적 시각을 갖췄다면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 기업의 정보를 끝까지 비밀로 유지하는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 과장은 조언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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