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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로금리’ 선언은 사실상 ‘성장 둔화’ 고백
유럽 긴축과 맞물릴땐 자동차·IT 등 수출 타격
원화 강세도 또다른 변수…한국경제 시험대에
유럽 긴축과 맞물릴땐 자동차·IT 등 수출 타격
원화 강세도 또다른 변수…한국경제 시험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로 금리’ 선언 이후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성장 둔화’를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고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긴축이 맞물릴 경우 그 강도와 양태가 어떻든 세계경제의 뒷걸음질은 불가피하다”며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매우 강하고 빠르게 실물로 전이됐다. 당시에는 금융위기가 터진 지 2개월 만에 수출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22.9%), 유럽연합(-20.2%), 미국(-18.8%) 시장에서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기계, 자동차, 철강, 화학 산업의 침체가 심했다. 이듬해인 2009년 주요 8대 산업의 수출 증가율을 보면, 기계산업이 -31.5%로 가장 크게 떨어졌고, 자동차(-27.5%), 철강(-22.9%), 화학(-14.5%), 정보기술(-4.2%)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수주 산업인 조선과 국외건설 부문만이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했을 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가 둔화할 경우 자동차·정보기술 산업이 가장 타격을 받고, 철강·기계·화학 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10.1%(올 상반기 기준)이나, 중국을 통한 간접수출 물량을 합치면 2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시장 비중은 11.2%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대기업 수출로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 내 내수와 소비를 촉진하는 전형적인 수출 주도형 구조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총 수요가 감소하면 자동차와 정보기술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11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보고서에서 “선진국 시장의 예상치 못한 붕괴는 이들 수출 의존형 국가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이전보다 수출 시장이 다변화 됐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에스앤피는 위험에 노출된 수출 주도형 국가로 한국·일본·대만·타이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아직 투자나 고용 계획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4대 그룹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고 현금 여력 또한 충분하다”며 “최근의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애초 계획을 재검토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원화 강세는 또다른 악재다.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이 부채 문제로 재정 여력이 떨어졌고 통화 정책 또한 약효가 예전 같을 수는 없다”며 “각국이 경기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물경제로의 파급 효과가 2008년처럼 빠르게 강하게 전이되기 보다는 완만하지만 장기적으로 실물을 짓누르는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회승 황보연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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