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금융쇼크에 실물경제 타격 우려…4% 성장 장담못해

등록 2011-08-10 20:33수정 2011-08-10 21:51

‘4’의 행렬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환전 창구 전광판에 환율 조정 과정 중 순간적으로 모든 숫자가 4로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1원(0.74%) 내린 1080원으로 거래를 마쳐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의 행렬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환전 창구 전광판에 환율 조정 과정 중 순간적으로 모든 숫자가 4로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1원(0.74%) 내린 1080원으로 거래를 마쳐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물가 치솟는데 주가 하락 덮쳐 소비심리 위축
노무라금융투자, 한국 성장률 3.5% 비관적 전망
오늘 한은 기준금리 결정…인상 쉽지 않을 듯
지난해 연말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은 ‘5% 성장+3% 물가’였다. 지난 6월 정부는 이를 ‘4.5% 성장+4% 물가’로 수정했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을 낮춘 것은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내심 더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장관이 이런 여유를 계속 갖기는 어렵게 됐다.

세계경제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올해 성장률이 잘해야 4%대 초반, 최악의 경우 3%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농산물가격 급등, ‘우유파동’ 등으로 물가는 당분간 불안할 가능성이 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제1요인은 역시 미국 경제다. 최근 발표된 1분기 0.4%, 2분기 1.3%의 실적으로는 하반기 아무리 선전한다고 해도 애초 예상됐던 3% 성장을 달성하기 역부족이다. 미국 경제 침체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경제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51.6%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며 “세계적 경제상황과 신용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올해 한국 성장률 예상치를 3.5%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 성장률을 4.3%에서 4.2%로 하향조정했다. 주식시장 역시 급락세를 멈춘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간다면 역자산 효과와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와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그나마 좋은 점은 물가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소비 감소에 따라 상품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국내 물가는 한동안 안정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폭우·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과 이른 추석이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다, 낙농가의 원유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원유 가격이 20% 인상되면 우유 소비자가격은 10%, 전체 소비자물가는 0.6% 정도 올라간다”며 “국제유가가 많이 내린다면 이를 상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 전망치(연간 평균 4.1%)를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기존 악재들도 여전하다. 염 연구원은 “경기가 하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일시적으로는 ‘경기는 불안한데 체감물가는 높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 물가대란이 발생하자 뒤늦게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부산을 떨었던 정부는 ‘스텝이 꼬여버린’ 모양새다. 실물경제 타격 우려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시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답변에서 “현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와 정책대응의 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장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부터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불과 10일 전만 해도 이번달 인상을 포함해 연말까지 2~3차례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한은이 연말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물가를 생각하면 더 내려가야 하지만, 수출 위축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를 용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 연말에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비슷해진 경제성적표를 받아보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OPEC에 유가 인하 요청”…국제유가 1% 하락 1.

트럼프 “OPEC에 유가 인하 요청”…국제유가 1% 하락

버거킹도 가격 올린다…와퍼 100원↑ 2.

버거킹도 가격 올린다…와퍼 100원↑

공기청정기 비정품 필터에서 살생물 물질 검출…환경부, 8개 제품 회수명령 3.

공기청정기 비정품 필터에서 살생물 물질 검출…환경부, 8개 제품 회수명령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4.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사흘 만에 ‘트럼프 밈코인’ 한국 상륙…“실체 없고 팬덤으로 투자” 5.

사흘 만에 ‘트럼프 밈코인’ 한국 상륙…“실체 없고 팬덤으로 투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