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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꿋꿋한 국내 채권

등록 2011-08-09 21:23수정 2011-08-09 22:38

외국인, 국공채 매입 지속
한국경제 체력 양호 판단
경기침체 악화땐 안심 못해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국내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요동치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선전’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공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채권가격도 강세(금리 하락)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외국인들이 주식은 물론 채권까지 무차별적으로 내던졌던 ‘셀 코리아’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3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채권 현물시장에선 1조1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패닉 상태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에 그나마 채권이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판단하고, 불안한 선진국 금융상품의 대안으로 국내 채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채권시장은 9일에도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날도 국내 채권 2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고,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57%를 기록해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아 채권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최근 국내 채권에 들어오는 자금은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아닌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 중앙은행과 연기금이다. 타이·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말 현재 국내 채권의 27.5%가량을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각 나라 중앙은행과 연기금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전망해 다른 투자처를 찾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고 유동성도 풍부한 한국 채권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본다”며 “중장기 보유 목적의 투자 비중이 늘었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국내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신용경색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는 금융기관의 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자본 확충을 위해 생존 차원의 ‘셀 코리아’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현재로선 미국 국채의 담보가치나 위험도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엑소더스’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될 경우 세계 금융시스템 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이 저하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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