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세계증시 폭락’ 쓸 카드가 없다

등록 2011-08-05 20:10수정 2011-08-06 08:26

코스피 지수 2000 붕괴
세계 경제침체 우려에도
각국 정부 재정 여력 없어
수출 위주 한국 ‘직격탄’
미 증시 밤새 혼조세 보여
“2008년 세계 경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였다. 응급수술을 단행하고 대량의 약을 투여해 간신히 살아났다. 이 환자가 다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무슨 병인지도 알고 약이 뭔지도 대강 안다. 하지만 약을 쓸 수가 없다. 죽지는 않겠지만 빨리 낫기도 어렵다.” 신민영 엘지(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경기침체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지만, 이를 막아낼 방어벽이 없다는 두려움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2008년 위기 때와 달리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풀 돈이 없고, 기준금리는 더 내리기에는 너무 낮은 상태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나흘째 패닉 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코스피는 2000이 붕괴됐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4.72(3.70%)가 급락하면서 1943.75로 마감됐다. 나흘 동안 무려 228.56이 떨어져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20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일본 대지진 직후인 3월18일(1981.13)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4055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나흘간 2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5.70원이 상승한 1067.40원에 마감됐다.

대만(-5.58%), 일본(-3.72%), 중국(-2.15%)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5일 유럽 증시는 3% 안팎의 급락세로 출발했다가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소폭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장중 낙폭을 줄였으나 1~2%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실업률은 전달 9.2%에서 9.1%로 떨어지고, 신규 고용은 11만7000명으로 예상치(7만5000명)를 웃돌았다. 미국 증시는 상승으로 출발했으나 곧 하락 반전하는 등 불안한 장세가 이어졌다. 이는 고용지표가 불안 심리를 잠재울 만한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은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을 계기로 미국 경제의 실상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이미 미국 경기는 지난 1분기부터 하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2.5~3%의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추세라면 1%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재정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기댈 언덕’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2조4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이미 0%다. 유럽 각국은 지출 확대는커녕 디폴트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인플레와 경기과열 우려로 확장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2008년보다 통증은 덜하지만, 손을 쓸 여지가 없는 만성질환에 걸린 꼴이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둔화하면 수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우리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 경기를 더 냉각시키겠지만, 설사 급락세를 멈추더라도 다시 주가가 힘있게 올라가는 등 경제가 호조세를 되찾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OPEC에 유가 인하 요청”…국제유가 1% 하락 1.

트럼프 “OPEC에 유가 인하 요청”…국제유가 1% 하락

버거킹도 가격 올린다…와퍼 100원↑ 2.

버거킹도 가격 올린다…와퍼 100원↑

공기청정기 비정품 필터에서 살생물 물질 검출…환경부, 8개 제품 회수명령 3.

공기청정기 비정품 필터에서 살생물 물질 검출…환경부, 8개 제품 회수명령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4.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사흘 만에 ‘트럼프 밈코인’ 한국 상륙…“실체 없고 팬덤으로 투자” 5.

사흘 만에 ‘트럼프 밈코인’ 한국 상륙…“실체 없고 팬덤으로 투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