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태 어떻기에
“수주 안한건 전략일수도”
건설부문 적자 떠넘기고
수비크조선소에 자금쏟아
“수주 안한건 전략일수도”
건설부문 적자 떠넘기고
수비크조선소에 자금쏟아
지난 2009년 말부터 한진중공업 800여명의 관리·생산직원이 희망퇴직 또는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났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 영도조선소에서 정리해고는 과연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여러 경영지표로 볼 때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건 사실이다. 지난 1분기 조선·플랜트 부문 매출은 3130억원, 영업이익은 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였다. 수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조선소 가동률이 17.4%까지 떨어진 탓이다. 지난 6월 선박 6척을 수주한 것을 빼면, 지난 3년간 영도조선소의 수주실적은 ‘제로’(0)였다. 지난해 말 현재 순차입금은 2조900억원에 이르고 연간 이자비용만 2000억원이 든다. 2007년 이후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 들어간 공사미수금, 지분투자금 등 자금 부담이 증가한 탓이다.
문제는 이런 경영위기가 왜 발생했느냐다. 노동조합 쪽은 “회사가 일부러 수비크조선소로 일감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영도조선소와 수비크조선소는 별도 법인이지만, 영업팀은 통합운영된다. 지난해 수비크조선소는 29척의 선박 수주를 따냈다. 회사 관계자는 “선박건조 가격이 15%가량 국내보다 낮아 선주들이 수비크조선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조선전문가는 “수주를 안 한 건 기업 전략이었을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설치·지원선 등은 건조 경험이 있는 한진중공업이 마음만 먹었으면 가져올 수 있었던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7위, 세계 20위권 대형 조선업체다. 영도조선소의 도크가 작아 8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없긴 하지만, 최근 에스티엑스(STX)나 에스피피(SPP)조선 등이 수주한 중소형 컨테이너선은 건조 가능하다.
한진중공업 내 건설 부문 적자 등 경영실패 책임을 조선 부문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측면도 있다. 지난 3년간 조선·플랜트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3.6~19.6%에 이른 반면, 건설 부문은 0.8~4.9%에 그쳤다. 한진중공업이 시공업체로 참여했던 오피스텔 공사가 중단되면서 물어줘야 하는 손해배상금 등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17억원 적자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한 것을 두고도, 노조 쪽은 “회사가 어렵다면서 어떻게 174억원을 배당할 수 있느냐”고 문제삼는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현금이 아닌 주식배당으로 액면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24억원에 불과하다”며 “조남호 회장이 가져가는 액수도 1억원 정도”라고 반박했다.
허민영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3년 동안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이 높았고 배당도 실시했다는 건 그만큼 회사가 긴박한 경영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회사 쪽이 수비크조선소 건립에 따른 부실 등 경영책임을 회피하고자 애초 예정돼 있던 영도조선소 구조조정 시기를 앞당긴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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