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금감원 출신 인사들
10년 이상 재직…연봉 수억
‘임기 무제한’ 법령 고쳐야
10년 이상 재직…연봉 수억
‘임기 무제한’ 법령 고쳐야
일부 증권사들이 감사 자리를 특정인에게 10년 넘게 맡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을 감사하고 내부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직에 한 사람이 오랫동안 있으면서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코리아아르비(RB)증권의 유형열 감사는 2000년에 감사로 선임돼 11년째 같은 자리에서 일해왔다. 지난 5월 세번째로 연임이 결정된 그의 임기 만료 시기는 2014년이다. 5월에 유 감사의 연임을 결정할 당시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감사를 추천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금감원 출신 감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던 시기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전신 중 하나인 증권감독원 부국장 출신이다.
부국증권의 권기현 감사는 1997년 5월부터 만 14년째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부국증권 이사 출신으로, 부국증권에서 일한 기간이 22년이다. 재임기간이 길다보니 연봉도 증권사 감사위원 중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권 감사의 연봉은 4억3200만원이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대우증권의 감사위원 연봉인 2억5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많다. 리딩투자증권의 황상진 감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임철구 감사는 8년째, 푸르덴셜투자증권의 김상대 감사는 7년째 각각 자리를 지켜왔다.
증권가에서는 감사로 한 번 선임되면 재선임되는 경우가 많아 5년 이상 일하는 ‘붙박이 감사’가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에스케이(SK)증권 등 9개 증권사는 지난해와 올해 감사를 대거 연임시켜 5년 넘는 임기를 보장해 줬다. 금융감독원 팀장 출신의 교보증권 최일규 상근감사, 금융감독원 조사국 부국장 출신의 하이투자 이원관 감사가 대표적인 예다.
증권사 감사들이 이처럼 긴 기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관련 법령이 임기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 사외이사는 ‘금융투자회사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의해 5년 연속 재임할 수 없지만, 감사는 임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감사의 임기가 길어지면 대주주나 사주, 회사 임원 등과 유착돼 감시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금융기관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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