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새 1051건
3조3456억원 달해
3조3456억원 달해
상장사 대주주 일가족이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떨어지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에 따른 세금을 최대한 줄이려는 일종의 ‘절세’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장주식의 증여가액은 증여 시점을 전후한 4개월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26일 재벌닷컴이 발표한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 증여 현황’을 보면, 2006년부터 지난 22일까지 최근 5년간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상속 건수는 모두 1051건이며, 금액으로는 3조3456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주주 자녀들이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생전에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는 869건에 2조7921억원이었다.
증여는 주가가 약세를 보인 시기에 집중됐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에 20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에도 203건에 달했다.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에는 112건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증시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30억원 이상을 증여할 경우 세율이 50%인 점에 비춰보면, 증여 시점에 주가가 평균 10% 하락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이 아낀 세금만 최소한 1400억원에 이른다.
최이배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증여가 이뤄지고 세금을 다 냈다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증여는 상속과 달리 사후에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을 막고 계획한 시기에 자녀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어 최근에 선호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계사는 또 “지배주주 지분은 매각보다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약세장에 주식 증여가 집중된 건 (증여에 따른)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고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회장 남매는 2006년 9월 부친에게서 신세계 주식 84만주(3298억원)와 63만여주(2491억원)를 각각 증여받아 단숨에 주식 부자 대열에 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과 세 아들도 2007년 회사 주식을 대거 증여받았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의 장남과 장녀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12월에 저가로 주식을 증여받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도 2007년에 주식 240여만주(156억원)를 증여받았다. 주식을 증여받은 대주주 가족 중에는 20살 미만의 미성년자도 많았다. 지난 5년간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물려준 건수는 198건, 액수는 3154억원에 달했다.
김지훈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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