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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심리상담부터 생계지원까지 범죄 피해자의 ‘버팀목’

등록 2011-07-20 20:44수정 2011-08-19 17:46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인 김효정 경장이 강력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경무는 피해자가 편안하게 상담하도록 경찰복을 입지 않고 일한다.  경찰청 제공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인 김효정 경장이 강력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경무는 피해자가 편안하게 상담하도록 경찰복을 입지 않고 일한다. 경찰청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⑭ 피해자심리전문요원
수사 초기단계부터 참여
자원봉사 등 경험 쌓아야
고3이던 ㄱ(18)양은 학원이 끝난 밤 11시쯤 버스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남자가 다가와 ㄱ양을 다짜고짜 인근 공사장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그 남자는 ㄱ양에게 “난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다. 네가 밤늦게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 있어서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얼마 뒤 범인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피해자는 되레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 수능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학교생활조차 해내기 어려웠다.

경기경찰청 제2청 케어(CARE)팀 소속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인 김효정(37) 경장은 ㄱ양과 부모를 집중 상담했다. 심리검사를 통해 ㄱ양의 우울증과 두려움을 찾아내고 ㄱ양의 잘못이 아니라고 거듭 다독였다. 부모에게도 ㄱ양이 자주 짜증을 내는 것도 힘든 일을 혼자 감당하느라 겪은 심리적 변화라고 설명하고는 한없이 지지해주라고 조언했다. 심리상담이 끝난 뒤 ㄱ양은 달라졌다. “그 아저씨가 나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했어요. 그래서 더욱 미워요. 이 폭행이 내 일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앞으로 잘 살 거예요.”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은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전문가로서, 2007년부터 전국 경찰청에 22명이 배치돼 수사 초기단계부터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6월 말 현재까지 살인·강도 등의 범죄 피해자 3214명이 심리치료와 상담 등을 받았다. 생계가 막막해진 피해자에게는 지역단체를 소개해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도록 돕는 일도 이들은 해낸다.

심리학 석사 출신으로 범죄심리사 1급 자격증이 있는 김효정 경장은 심리전문요원을 “피해자의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수사 초기에는 경찰로서 피해자에게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수사가 끝난 뒤에는 상담자로서 피해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준다. 그렇게 함께하다보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작은 위로를 피해자가 받을 수 있다.”

김 경장은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이 갖춰야 할 첫번째 자질로 침착성을 꼽았다. 심리전문요원은 흥분한 피해자와 차분하게 대화하고 섣불리 결론을 내지 않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상담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며 심리학 전공자들은 대학 때부터 자원봉사 등을 통해 상담 경험을 쌓으라고 김 경장은 조언했다.

특히 상담센터를 찾아온 피상담자와 달리, 피해자는 심리상담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서 노련함은 필수다. 김 경장의 경우 억지로 상담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이력이 들어간 명함을 건네며 ‘언제라도 필요하면 연락해달라’고 말하고는 돌아선다. 사나흘이 지나 피해자가 안정을 되찾았을 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 물어본다. 용기가 없어 연락하지 못하던 피해자들도 이쯤 되면 “진심으로 걱정해줘서 고맙다”며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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