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규모지만 수익성 낮아 포기
23조원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 한국 사업단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한국형 고속철 케이티엑스 산천의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런 결정이 내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현대로템이 참여하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단과 국토해양부의 복수의 관계자는 11일 “12일 새벽 2시(한국시각)에 마감되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고속철 사업은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 구간 511㎞를 고속철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추정 사업비가 23조원(350억레알)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으로 그동안 한국 컨소시엄이 한국형 고속철로 수주를 추진해왔다. 수주경쟁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이 뛰어들었으며 이 가운데 한·중·일과 독일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한국은 국가적으로 첫 국외 고속철 수주인 브라질 고속철을 수주한다면 중남미뿐 아니라 미국, 터키 등 다른 나라의 고속철 사업도 잇따라 수주할 수 있다며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 사업단이 수주전 참여를 막판에 포기한 이유는 입찰 조건이 까다로워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다. 브라질은 입찰 조건으로 현지 업체를 80%가량 참여시킬 것과 기술 이전, 환차손 보상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지 업체와 함께 작업을 해야 하면서도 세금, 금융비용 등을 한국 쪽 사업단이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사업단은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브라질 정부의 까다로운 조건 탓에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등 두차례나 사업이 연기됐다. 또 건설사가 참여하는 토목공사의 경우 80% 이상을 브라질 건설사가 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돼 사업 참여를 검토해온 국내 대형건설사 4곳이 컨소시엄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에 사업성을 개선해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는데 막판까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사업성이 없다는 게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케이티엑스 사고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중국 사업단마저 최근 입찰 참여를 철회했다”며 “사업성 문제이지 케이티엑스 사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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