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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등록 2011-07-11 20:22수정 2011-07-11 21:09

재벌닷컴 ‘한국 재벌’ 조사
이병철, 강석진, 정주영, 조중훈… 한국의 재벌들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따라 혜성처럼 떠올랐다가 거품처럼 사라져갔다.

재벌닷컴이 11일 1960년대 이후 각 시대별로 최고의 한국 재벌을 뽑았다. 이번 조사는 2000년대 전에는 국세청 연간 소득 신고액, 2000년 이후는 상장사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1960년대 최고 부자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1960년 개인이 국세청에 신고한 배당금과 이자의 합산액인 연간 소득액을 2억8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전까지 최고 부자였던 정재호 삼호그룹 회장(1억3000만원)과 박흥식 화신그룹 회장(1억2000만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970년에는 목재 수출로 돌풍을 일으킨 고 강석진 동명목재 회장이 17억8000만원의 소득을 신고하면서, 한비사건(일명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이병철 회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970년대 중반 일어난 중동건설 붐과 1차 석유파동은 재벌 판도에도 격변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중동건설 붐으로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는 이전의 거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1980년 국세청에 78억6000만원의 소득을 신고했다.

1980년대는 3저 호황과 88서울올림픽 특수, 새도시 개발로 경제가 상승궤도를 달리면서 새로운 부자들이 속속 나타난다. 1990년에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국세청 신고 소득액 1위(71억5000만원)를 차지했다. 이어 아파트 재건축으로 부상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49억3000만원, 삼성그룹의 2대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29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1997~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벤처기업인들이 등장했다. 2000년 상장사 주식부자 명단을 보면 3위에 김형순 로커스 대표(7480억원), 5위에 이준욱 대양이앤씨 대표(5496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10대 주식부자 중 6명이 벤처기업인이었다. 이 와중에도 정주영과 이건희 회장은 1, 2위를 지켰다.

벤처 거품이 꺼지자 전통 재벌가가 귀환한다. 2011년 7월7일 현재 상장사 주식 자산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1위 이건희, 2위 정몽구, 3위 정몽준, 4위 정의선, 5위 신동빈 등 재벌 2~3세들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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