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2.24% 올라…전세 인상분 월세 전환 탓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의 월셋값 상승률이 강북보다 3배 이상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보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에서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어 내놓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토해양부의 지역별·주택유형별 월세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6월 현재 한강 이남 11개 구의 월셋값은 지난해 12월에 견줘 2.24%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강 이북 14개 구의 월셋값은 0.69% 상승하는 데 그쳐 강남의 상반기 월셋값 변동폭이 강북의 3.24배에 달했다.
아파트만의 월셋값 상승률을 보면 강남 3.69%, 강북 -0.98%로 두 지역의 격차가 더 커졌다. 강남에서는 아파트 외에 오피스텔(2.86%), 다세대·연립(2.82%), 단독주택(1.46%)이 모두 상승한 반면, 강북에서는 오피스텔(2.8%)과 다세대·연립(2.76%)만 올랐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강북보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에서 집주인들이 월세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꾸는 사례가 늘면서 아파트 월셋값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잠실 등 보증금이 억 단위로 크게 오른 아파트 대단지에서 월세 전환이 두드러진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2009년 6월 3억6000만원대로 전세계약이 이뤄졌으나 현재는 4억7000만원 선으로 2년 만에 1억원이 넘게 뛰었다. 세입자들이 목돈 마련에 부담을 호소하자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집주인들이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전용면적 85㎡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0만원이나, 보증금 5000만원에 22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 ㅊ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월세 매물이 전세보다 부쩍 늘었다”며 “융자가 많은 집주인들만 전세를 내놓을 뿐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대부분 월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올 1∼5월 수도권 전체의 전셋값 상승률은 5.9%로 월셋값 상승률 1.7%보다 훨씬 높았다. 허 연구위원은 “전세보다 월셋값 상승률이 낮아지면 수요자들이 월세에 느끼는 저항이 약해져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도기적으로 보증부 월세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