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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출 죄며 소비 진작…
모순에 빠진 MB 경제정책

등록 2011-06-19 21:11수정 2011-06-19 22:55

국정토론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넷째)과 각 부처 장관들이 18일 오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 산책로를 걷다가 잠시 멈춰 연못 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방부 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유영숙 환경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유 장관 뒤),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 대통령,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황식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자치부 장관.  청와대 제공
국정토론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넷째)과 각 부처 장관들이 18일 오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 산책로를 걷다가 잠시 멈춰 연못 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방부 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유영숙 환경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유 장관 뒤),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 대통령,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황식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자치부 장관. 청와대 제공
가계대출 억제-내수진작 동시 추진 상충 돼
소비자 쓸 돈 없는데 수요늘기 기대하는 꼴
‘복지 확대’ 인정하면서도 추가 감세 고집
“정책기조 전환하고 서민들 실질소득 늘려야”
* 트리클다운: 낙수효과
정부 이달 잇단 대책 발표

“한 나라의 경제운용정책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다. 이명박 정부의 항공모함은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고 지금은 위험지대로 들어섰다. 이제는 움직일 힘조차 상실해 오도 가도 못하고 그냥 떠 있는 상태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현 정부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눈덩이 가계부채, 고물가, 내수부진, 양극화 심화 등 ‘엠비(MB)노믹스’ 3년 동안 누적된 각종 문제가 여기저기 곪아서 터져 나오고 있고, 여당조차 정책기조 수정을 압박하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정책기조 전환은 외면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은커녕 서로 상충하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내놓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다.

■ 가계부채도 잡고, 내수도 살리고? 19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으로 가계부채 대책과 내수 활성화 대책이 포함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 마련을 지시할 정도로 내수 부진으로 인한 체감경기 악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에는 대출 증가 억제와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 등이, 내수 활성화 대책에는 관광산업 촉진,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전통시장·중소기업 지원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두 정책목표가 서로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양극화로 중산층·서민들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강하게 억제할 경우 내수 소비는 더욱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물가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 거치기간 제한, 금리 인상 등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소비가 위축돼 내수가 가라앉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딜레마를 알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안정도 꾀해야 하고 가계부채도 심각한데, 과거 정부가 했던 카드 발급, 부동산 경기 부양 같은 대책을 쓸 수는 없다”며 “신규산업 발굴, 규제 완화, 창업기회 확대 등 공급기반 확충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쓸 돈’이 없는데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공급확대가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서로 상충되는 정부 경제정책 목표들/ 발표 일정(※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복지·감세·건전재정, 다 잡겠다? 재정정책 역시 방향키를 상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4월 일찌감치 “재정건전성을 위해 내년 예산을 짤 때 정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유지하겠다”며 ‘긴축예산’ 원칙을 선언한 바 있다. 금융위기와 대규모 감세 등으로 국가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 빚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복지확대 요구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최대한 막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복지 요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가 이런 재정지출 억제 원칙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 이미 지난달 ‘만 5세 무상보육’을 공식 발표했고,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도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아니며 균형을 찾는 데 노력할 것”(16일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박 장관은 지난 15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했다. 사회안전망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혀, 복지 확대가 일정부분 불가피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뒤 안 맞는 정부 태도는 내년도 추가감세를 고집하는 부분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면서도, 세수를 매년 4조원이나 감소시키는 추가감세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감세, 재정건전성, 사회안전망 확충 등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 대안은 정책기조 변화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경제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더 과감하게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해소, 비정규직 축소,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가계부채 해결,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홍종학 교수는 “진정 내수 활성화를 하고 싶으면 ‘서비스산업 선진화’ 같은 대책만 되풀이하지 말고, 무상급식처럼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자연히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최소한 감세 철회, 예산 우선순위 조정, 유연한 환율정책, 복지 부분확대 정도는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류이근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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