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앞줄 왼쪽 둘째) 등 민본21 소속 의원과 친박계 구상찬 의원(뒷줄 맨 오른쪽) 등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감세정책 철회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환율 기조 ㅣ ‘고물가 주범’ 여론 집중포화 맞아
성장우선주의 ㅣ 고용·물가대란에 주안점 급히 수정
비즈니스프렌들리 ㅣ 동반성장 등 ‘친서민’으로 깃발바꿔
성장우선주의 ㅣ 고용·물가대란에 주안점 급히 수정
비즈니스프렌들리 ㅣ 동반성장 등 ‘친서민’으로 깃발바꿔
한나라 ‘감세철회’ 파장
한나라당이 내년 예정된 추가 감세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하면서 ‘엠비(MB) 노믹스’는 껍데기만 남게 됐다. ‘감세정책’은 엠비 노믹스의 핵심이면서 엠비 정부가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했던 보루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혜택을 보면 경제가 고성장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까지 그 과실이 돌아가게 된다’는 트리클다운(낙수효과) 이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엠비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08년 대규모 감세, 규제완화, 친기업, 고환율 정책 등을 펼쳤다.
그러나 2008년과 올해 두차례의 물가대란을 겪으면서 고환율은 고물가의 주원인으로 집중포화를 맞았고, 정부는 고환율 기조를 적어도 공공연하게는 내세울 수 없게 됐다. ‘성장 우선주의’ 역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취업자 수가 7만명이나 감소하는 고용대란이 발생했고, 정부는 지난해 초 부랴부랴 “성장과 마찬가지로 고용창출에 주안점이 놓이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초 물가가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도 2009년 하반기부터 ‘친서민’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동반성장’ ‘공정사회’ 등으로 깃발을 바꿔 들었다. ‘747’ 공약이 헛공약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7% 성장은커녕 5년 평균 4% 성장도 어려운 처지다.
감세정책은 숱한 비판에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미 상당 부분이 시행됐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유명무실해졌고,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구간의 소득세율은 모두 2%포인트씩 낮아졌다. 법인세율 역시 3%포인트나 인하됐다. 그나마 국회가 2009년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2010년에서 2012년으로 연기하는 조처를 취하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구간만 간신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매년 20조원 가까운 세수가 줄어들게 됐지만, 정부는 경기침체 방어와 4대강 사업 등을 위해 재정지출은 대폭 늘렸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나가는 돈은 늘어나니 국가부채가 2008년 309조원에서 2010년 392조원으로 급증했다. 더구나 심화되는 양극화로 복지지출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랏빚은 쌓이고, 쓸 곳은 많아지는데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는 최고세율 인하를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조차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추가 감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소득세와 법인세가 크다”며 감세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추가 감세 철회에 찬성하면서 정부가 내년에 이를 밀어붙이기는 힘들어졌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법을 개정하는 곳은 국회이니,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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