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6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둔화 조짐 불구하고
물가잡기 더 급하다 판단
가계 대출이자 부담 커져
정부 장관급대책회의서
“안정 위한 모든 정책 동원”
물가잡기 더 급하다 판단
가계 대출이자 부담 커져
정부 장관급대책회의서
“안정 위한 모든 정책 동원”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석달 만에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국내외 경기둔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근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날 장관급 물가대책회의를 열어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4%대로 여전히 높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새 진용을 갖춘 경제팀으로서 다시 한번 ‘물가안정’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때라고 본 것이다.
이날 한은의 금리인상은 지난 3월 이후 석달 만이고, 지난해 7월 2.0%에서 2.25%로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로는 다섯번째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3%대 중반으로 높아졌고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처음으로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을 언급했다. 근원물가 상승은 물가상승이 기름값·농산물 등을 넘어 개인서비스요금, 가공식품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고물가가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한은이 금리인상을 선택했지만,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빚을 갚기 어려운 가계가 전체의 7%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지만,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걱정되긴 하지만, 아직 위험수위는 아닌 만큼 발등의 불인 물가부터 끄고 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달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 동결’을 해놓고, 미국 경기둔화 조짐 등 대외여건이 더 안 좋아지고 국내 실물지표도 하락세를 보인 이번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늑장 대처’, 경기회복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리스크가 큰 결정’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장관급 물가대책회의를 열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외부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물가불안이 공급측면 요인뿐 아니라 수요압력에도 기인하고 있으므로, 거시·미시 양 측면에서 물가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플레 심리를 틈타 담합·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는 공정위를 중심으로 철저히 점검하고, 하반기에 할당관세품목을 110여개로 확대하는 한편, 공공요금은 인상 수준을 최소화하고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산 쌀을 2010년산의 반값 수준에 15만톤 공급하고, 돼지고기 군납물량을 한우고기로 대체하는 한편 수입업체로부터 냉장삼겹살을 대량구매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업체에 넘겨주기로 했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농산물값 안정, 기저효과(지난해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셋값 재상승, 공공요금 인상, 국제유가 불안 등의 악재가 남아 있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을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재는 이날 “하반기 물가는 공공요금과 유가 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한번에서 두번 정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선희 이재명 기자 shan@hani.co.kr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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