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없이 싼값 제공
LH·건설업체 ‘특혜’ 논란
LH·건설업체 ‘특혜’ 논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원형 상태의 땅을 민간건설사에 그대로 넘겨 아파트를 짓는 방안이 시행된다. 건설사들은 보다 낮은 가격에 보금자리 지구 안의 토지를 구입할 길이 열리게 됐지만 공공자산을 허물어 건설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보금자리지구 원형지 선수공급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금자리 지구에서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과 전용 60∼85㎡ 중소형 택지를 민간에게 공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 지구내 전체 공급물량의 약 25%는 민간 아파트로 분양된다.
원형지 선수공급 방안이란 토지보상 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와 민간건설사가 택지공급을 미리 약정하는 것으로, 도로·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맡되 민간건설사에는 부지조성 공사를 하지 않은 미개발 상태의 토지를 공급한다.
정부는 엘에이치의 자금난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자금부담을 덜어주고, 땅을 판 돈을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투입한다는 명분으로 원형지 공급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원형지 공급 방안은 지난해 세종시 투자기업들에게도 적용하려다 특혜 시비로 무산됐던 사안이다.
당시 정부는 평균 토지조성비인 3.3㎡당 227만원보다 훨씬 싼 평균 38만원에 토지를 공급키로 했었다.
정부는 일단 특혜 소지를 없애기 위해 택지 공급가는 기존 공급가격 기준에 따라 책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원형지 조성 비용을 택지가격에서 제외해 기반시설이 설치된 조성지보다는 가격이 싸다. 첫 원형지 대상지는 오는 8월 공급될 경기 성남시 고등 보금자리지구 내 택지 1개 블록이다.
김동호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민간 건설사는 부지조성 비용 정도의 크지 않은 혜택을 받게 되지만 사업계획을 보다 빨리 가져가는 장점이 있고 엘에이치 등 보금자리 사업시행자는 자금회수가 빨라져 초기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보금자리 택지지구 안의 원형지 공급도 결국 수십년간 묶어둔 그린벨트를 풀어 엘에이치와 민간건설사가 개발 이익을 나눠 갖게 하는 셈이어서 특혜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원형지 공급은 엘에이치 등 공공사업에 한정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원칙과 외연을 허물기 시작하면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그럼에도 이번 보금자리 택지지구 안의 원형지 공급도 결국 수십년간 묶어둔 그린벨트를 풀어 엘에이치와 민간건설사가 개발 이익을 나눠 갖게 하는 셈이어서 특혜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원형지 공급은 엘에이치 등 공공사업에 한정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원칙과 외연을 허물기 시작하면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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