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스파르타군 300명’ 인용
“목숨걸고 싸우겠다” 역설
감세유지·성장 역점 등
‘MB 노믹스 고수’ 뜻 밝혀
“목숨걸고 싸우겠다” 역설
감세유지·성장 역점 등
‘MB 노믹스 고수’ 뜻 밝혀
“재정건전성 복원을 위해…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취임사에서 밝힌 ‘결연한’ 각오다. 스파르타 왕이었던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테레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싸우다 군사들과 함께 전사한다. 최근 높아져가는 복지확대 요구를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 뒤,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복지 확대를 요구한 국민이나 국회는 모두 ‘적군’이 되는 셈이다. 박 장관은 대신 “‘일하는 복지’를 기조로 지속가능하면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패러다임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선별복지’, ‘최소한의 복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을 이렇게 강조했지만, 최근 재정건전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감세정책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 박 장관의 입장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세·법인세 추가감세에 대해 “감세정책으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성장과 분배가 개선됐다”며 “내년에 예정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성균관대 교수(재정학) 시절인 지난 2001년 “세율 인하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주로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라며 “세금을 더 거둬 소득재분배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박 장관은 이날 다른 경제현안들에 대한 시각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우선 물가안정을 첫째 과제로 꼽으면서 “시장친화적이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출퇴근 등 노동 관련 요금과 레저 관련 요금을 차별하는 방안(‘콜렛-헤이그 규칙’)을 제시했다. 고용정책에 대해서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복원되도록 세제·금융·예산 등의 제도를 고용유인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보호는 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놓고 “선택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에 불가피한 필수전략”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율적인 상생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여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성장구조의 디엔에이(DNA)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방법론은 기존의 ‘서비스업 선진화’를 다시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박 장관의 경제관은 ‘엠비(MB)노믹스’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를 엠비노믹스의 ‘구원 투수’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이 최근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엠비노믹스를 정말 구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정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간데다, 여당 내에서도 기존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한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감세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구원투수’가 아닌 단순한 ‘순장조’로 끝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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