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퇴임 앞두고 간담회…금융위기 극복·물가대란 ‘명암’ 남겨
퇴임을 앞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출입기자단과 고별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경제 회복과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고물가와 냉랭한 체감경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한국경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4.5%(2008년4분기)까지 내려갔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금융시장과 일반 국민들의 불신감도 극에 달해 있었다.
윤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당시 3%로 잡혀있던 2009년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끌어내려 국민들에게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알렸다. 28조원 규모의 ‘수퍼 추경’을 편성해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단행했고, 한국은행과 협조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런 정책 노력과 세계경제의 예상외 빠른 회복세가 결합되면서,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고(0.3% 성장) 지난해에는 6.2% 성장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남기게 됐다. 윤 장관은 “취임 직후 국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승인받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무난한 정책 운용과 대안 부재론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장수 경제부처 수장’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외화내빈’ 경제라는 비판도 높아졌다.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 이익과 6%가 넘는 고성장 뒷편에서 중소기업, 서민들의 형편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박탈감만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물가대란’은 윤 장관의 최대 실책으로 남게 됐다. 윤 장관 스스로도 “빛에는 어둠이 있듯이 미안한 것도 많다”며 “첫째는 물가 문제다. 또 나라 전체가 회복되고 있지만 국민의 삶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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