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뒤 주택대출 증가액 2배 이상 치솟아
잇단 금리인상…차입자 이자부담 직격탄
잇단 금리인상…차입자 이자부담 직격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주택담보대출의 상관관계는 뚜렷하다. 지난해 8월 디티아이 규제 완화는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대출 구조도 크게 악화시켰다.
우선 디티아이 적용 대출과 비적용 대출은 대출액과 채무상환능력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디티아이 규제를 받은 대출은 과다차입자(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이 600%를 초과) 비중이 9.6%에 불과했지만, 비적용 대출의 경우 그 비중이 3배가량 높은 29.7%로 나타났다. 대출 연체율도 각각 0.3%와 0.8%로 디티아이 비적용 대출이 크게 높았다. 이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연체율(2011년 2월 기준 0.54%)보다 높은 수준이다.
규제 완화 효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11년 1분기 가계신용’을 보면, 디티아이 규제가 완화된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10조6000억원과 7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규제완화 전인 지난해 3분기 증가액이 5조5000억원이었던 것에 견주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 3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대치인 364조8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지자 지난 4월부터 디티아이 규제를 환원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리며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로 상환 능력을 넘어선 대출이 많은 탓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거치식으로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다. 가용소득으로는 원금을 상환할 처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 거치기간이 지나도 새로 연장하거나 ‘갈아타기’(중도상환 뒤 다시 대출을 받는 방식)를 통해 원금상환을 미루는 게 일반화돼 있다. 이런 대출도 36%에 이른다.
특히 고가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일수록 소득에 견줘 대출액 비율이 높다. 담보가액이 3억원 이하인 경우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이 190%인 반면, 9억원을 넘어선 주택 보유자는 그 비율이 360%에 달한다. 고가주택 담보 차입 가계일수록 이자만 내는 일시상환대출 비중(50.7%)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한은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 문제가 없지만 정체되거나 하락할 땐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가계의 대출 규모 축소와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티아이 규제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저소득층이나 대출 규모가 큰 차입자는 이자 부담이 늘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 부실을 더 키웠다”며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채권 회수 가능성만을 고려해 가계대출 악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지만 위험한 투자는 부실의 불씨가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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