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초대형 은행) 만들기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와 맞물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고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금융지주회사 토론회] “경쟁력·효율성 제자리, 이용자 서비스는 감소”
지난 10여년간 추진돼 온 은행 대형화가 편익은 보이지 않고 문제점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쟁력이나 효율성은 높아지지 않은 반면, 은행 산업의 시장집중도만 상승해 결국 금융서비스 이용자의 후생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센터가 18일 개최한 ‘금융지주회사 10년, 미완의 실험’ 심포지엄에서 주진형 제이앤컴퍼니 대표는 “은행 대형화가 한국 경제발전과 안정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산업 개편 및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최근 논의되는 메가뱅크나 대형 투자은행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미 한국의 은행들은 자기 능력에 견줘 충분히 크고 산업 집중도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후생은 줄고 도덕적 해이는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 은행 산업에서 추가 대형화의 여지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국내 합병을 금지하는 것이 국내 은행의 국외 진출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산업은행의 우리금융 인수 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가 450조원으로 세계 랭킹 60위 수준이 되겠지만, 국외 경쟁력은 덩치만 키운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대형화가 시스템적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반성이 일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은 이를 관리할 만한 독립성과 신뢰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대 금융그룹의 견제받지 않는 지배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금도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자산을 가졌지만 시장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감독기관장을 비난할 정도로 권력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견제받지 않은 권력을 만들어 내는 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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