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 3%로 유지…"물가안정에 소극적" 비판 나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국내외 여건의 변화 추이를 좀더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과 올 1월, 3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달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폭이 둔화됐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압력도 낮아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에 견줘 4.2% 올랐지만, 전달의 4.7%보다는 낮아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로 금리인상 때 추가로 떠안게 될 이자부담 역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800조원에 이르고, 올 들어서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쪽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어서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총재도 “금리 정상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뒤, 하반기에 한두 차례 추가로 올려 연말에 3.5~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한쪽에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4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1%)를 넘어섰고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3월 3.3%에서 4월 3.2%로 약간 낮아졌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0.2%가 올라 근원물가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기저효과에 따라 전년 대비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통화정책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근원물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한은이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도 “금리 결정 기준이 뭔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소비자물가가 목표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금리인상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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