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디스크 깨져…농협 “외부원인 아니다”
지난달 농협 전산장애 사태의 악몽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농협중앙회의 전체 현금입출금기(ATM) 2만9000여대가 12분간 작동 중단되는 일이 13일 벌어졌다.
농협은 이날 오후 1시26분께 서울 양재 전산센터에 있는 아이비엠(IBM) 서버 한 대의 디스크가 깨져 농협중앙회와 전국 단위농협의 현금입출금기가 12분 동안 모두 정지했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서버 안의 운영체제 디스크와 보조 디스크가 동시에 깨져 예비 서버로 업무를 전환시키는 작업을 하느라 현금입출금기 사용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보조 디스크는 운영체제 디스크에 이상이 생길 경우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백업 장치다. 이 관계자는 “디스크 두 개가 같이 깨지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라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오후 1시38분께 이를 복구해 현금입출금기 거래를 정상화시켰다.
농협은 이번 장애가 “일상적인 기기 장애”라며, 인위적인 외부 원인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체 서버 수가 553대에 이르고, 서버 하나에도 여러 개의 하드디스크가 있어 디스크가 고장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처럼 보조 디스크까지 동시에 깨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농협은 문제를 일으킨 서버가 지난달 전산장애 때처럼 아이비엠 서버이지만 고장난 디스크는 다른 업체가 납품하는 것이라며 지난번 사태와의 연관성을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농협 전산망이 지난달 복구됐으나 아직 안정화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금융권의 한 전산담당자는 “이런 하드디스크는 한 은행 전체 서버에서 한두번 정도 깨지기는 하는데 같은 기능을 하는 디스크 두 개가 동시에 깨지는 일은 확률적으로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농협이 전산망을 급히 복구하느라 아직 시스템을 최적화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에서는 지난달 12일 양재 전산센터에 있는 275개 아이비엠 서버의 운영체제가 삭제되고, 일부 카드 거래내역이 삭제되는 등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시스템과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만 18일이 걸렸다. 농협은 4월22일부터 5월4일까지 결제가 돌아온 엔에이치(NH)카드 사용자 188만명의 1조3000억원가량에 이르는 대금 청구를 한달씩 늦춰가며 자료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을 지금도 하고 있다. 검찰은 북한의 해킹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관련 의혹 제기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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