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금융위 대수술 불가피
업계유착·정책 실패 화불러”
상근감사제 폐지엔 우려
업계유착·정책 실패 화불러”
상근감사제 폐지엔 우려
학계·연구소 10명 설문조사
금융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현 금융감독체계에 대수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 조사권을 줘 금융감독기관 사이에 견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학계와 민간연구소 금융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11~1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한 현재의 금융위원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금융감독권 분산해야 한은과 예보에 조사권을 줘 감독기구 사이에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데 전문가들은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에서 부여하고 있는 권한 이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은은 은행에 긴급여신이 필요한 경우와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를 거부할 때 단독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자료제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은과 예보에는 위기 때에만 조건부로 권한을 부여하고 평상시 감독권을 금감원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복조사로 인한 피감기관의 피로도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은에 조사권을 줘 일선 기관과 접촉하게 되면 거꾸로 민원을 접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한은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은법 개정안보다 한발 더 나아가 실효성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영국·미국의 중앙은행처럼 직접 감독권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관간의 기능 재조정 외에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교류 등 협력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한양대 교수는 “각 기관이 수집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감독 경쟁도 일어난다”며 “정보가 상호간에 투명하게 흐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필요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도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었다. 이번 조사 대상 10명 가운데 9명이 현 금융위 체제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게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부실 저축은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건 현 정부의 정책기조 때문”이라며 “감독당국이 정책기관과 통합돼 있으면 정책기조에 반하는 조처를 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효율성 측면에서 통합기구의 장점이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행 금융위 체제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금융감독은 옛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같은 형태의 민간조직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금감원의 전문성·독립성 부족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실행은 어렵다”며 “과도기적으로 ‘금융위-금감원’이라는 이층구조를 유지하되 두 기관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근감사제 폐지에 반대 전문가들은 최근 드러난 금융감독기구의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와의 유착과 정책 실패를 꼽았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내놓은 상근감사제 폐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상근감사 폐지로 유착관계가 근절되기 어렵고, 오히려 감사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전 금융연구원장)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곧 이를 우회하는 방안들이 생길 것”이라며 “감독기관 직원들이 그 기관에서 정년퇴직하고 퇴직 뒤에 다른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관행과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는 비상근이어서 업무감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를 뽑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세라 김지훈 기자 miso@hani.co.kr
■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필요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도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었다. 이번 조사 대상 10명 가운데 9명이 현 금융위 체제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게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부실 저축은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건 현 정부의 정책기조 때문”이라며 “감독당국이 정책기관과 통합돼 있으면 정책기조에 반하는 조처를 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효율성 측면에서 통합기구의 장점이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행 금융위 체제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금융감독은 옛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같은 형태의 민간조직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금감원의 전문성·독립성 부족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실행은 어렵다”며 “과도기적으로 ‘금융위-금감원’이라는 이층구조를 유지하되 두 기관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근감사제 폐지에 반대 전문가들은 최근 드러난 금융감독기구의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와의 유착과 정책 실패를 꼽았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내놓은 상근감사제 폐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상근감사 폐지로 유착관계가 근절되기 어렵고, 오히려 감사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전 금융연구원장)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곧 이를 우회하는 방안들이 생길 것”이라며 “감독기관 직원들이 그 기관에서 정년퇴직하고 퇴직 뒤에 다른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관행과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는 비상근이어서 업무감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를 뽑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세라 김지훈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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