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부족액, 827억 보고
실제론 3000억 이상 집계
“인수과정 반강제적이었다”
실제론 3000억 이상 집계
“인수과정 반강제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이 2008년 대전저축은행을 부산저축은행에 넘길 때 대전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겨레>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2008년 11월 대전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액을 827억원이라고 밝혔다.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순자산 부족분은 부실 규모를 뜻한다. 그러나 인수 뒤 부산저축은행이 파악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컸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 뒤 1년7개월 새 모두 2450억원을 증자했지만 이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됐다”고 밝혔다.
실제 2010년 6월 대전저축은행이 내놓은 경영개선계획서를 보면, 2008년 11월 현재 대전저축은행이 보유했던 대출채권 6480억원 가운데 손실예상액은 4531억원에 이른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시 대전저축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고려할 때 순자산 부족액이 3000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내놓은 순자산 부족액(827억원)과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금감원 검사의 한계나 사후에 발생한 부실을 고려하더라도 그 차이가 지나치게 많다”며 “고의로 부실을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전저축은행은 2007년 말 기준으로 자산 8177억원에 당기순손실만 694억원, 연체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44%와 -9.8%에 이를 만큼 부실이 심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상호저축은행 인수에 난색을 표하자, 금감원은 저축은행엔 특혜라 할 수 있는 영업외 구역에 지점 설치가 가능하도록 해줬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는 수도권에 모두 5개의 지점을 신설했다. 여기에 감독권한을 갖는 금감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인수 제안은 부탁이나 권유가 아니라 사실상 반강제로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저축은행 인수는 부산저축은행이 동반 부실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부실한 저축은행이 생기면 문을 닫게 해야 하지만 그 비난이 금융 당국에 돌아올 것을 우려해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게 관행화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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