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3%대 전망 불구
“이미 많이 올라 서민부담 여전”
“이미 많이 올라 서민부담 여전”
요즘 물가를 담당하는 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4월부터는 물가불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말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분기부터는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문제가 됐던 농산물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만 악화하지 않는다면 3월을 고비로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지난 3월 4.7%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여 이달에는 4% 안팎, 하반기에는 3%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상고하저 형태를 보이며, 연간 평균 3.9%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우선 지난 1년 동안 최대 골칫거리였던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은 이상한파, 구제역 등이 한풀 꺾이고 재배량도 늘어나면서, 이달 들어 배추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통계에서 기준이 되는 수치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게 나오는 현상)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9월부터 물가지수가 높아졌던 점을 고려하면, 9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설 수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둔화한다고 서민들의 물가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점을 지났을 뿐 4% 안팎의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3% 중반을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 실제 농산물 쪽만 조금 숨통이 트였을 뿐 기름값, 외식비·미용실·목욕료 등 개인서비스요금, 전셋값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밀가루, 설탕, 커피, 우유 등 가공식품이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또한 ‘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할 뿐, 가격 자체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과 올해 두 차례나 ‘물가대란’이 발생하면서 물가 수준이 그 이전에 비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물가 급등세는 주춤하겠지만, 물가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서민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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