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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그린북과 금리의 묘한 ‘상관관계’

등록 2011-04-17 21:05수정 2011-04-17 22:06

2010년 이후 그린북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2010년 이후 그린북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정부 ‘안정적 거시정책’ 강조
금통위 금리인상한 달과 겹쳐
“시장도 정부 발언에 더 무게”
*그린북 : 재정부 경제동향 보고서
“우연일까? 필연일까?”

기획재정부는 매월 첫째 목요일께 ‘최근 경제동향’(표지가 녹색이어서 일명 ‘그린북’으로 불림)을 발표한다. 정부가 바라보는 경기상황과 향후 정책방향을 밝히는 자료다. 한국은행은 매월 둘째 목요일께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3월 김중수 한은 총재가 취임한 이후, 그린북 내용과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사이에는 ‘묘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금통위는 금융위기 이후 2%까지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부터 다시 인상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지난해 7월·11월, 올해 1월·3월) 금리 인상이 이루어졌다. ‘공교롭게’ 네 달 모두 그린북은 ‘안정적인 거시정책’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 11월에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 올해 1월에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 3월에는 “우리 경제가 안정기반 하에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탄력적으로 정책대응”하겠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다른 달에는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지난해 8월) “물가안정 속에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올해 2월) 등으로만 표현돼있다. 단 한 번 예외는 지난해 9월이다. “안정적인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정’보다는 ‘회복세’라는 말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 ‘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물가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그린북의 ‘예지력’은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린북은 지난해 6월까지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 견지” 등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피력했으나, 7월에 이를 삭제하고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3일 뒤 한은은 ‘8월께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올해 1월 그린북은 “일부 생필품 가격 인상 등이 인플레 기대심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민물가 불안요인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물가안정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1주일 뒤 한은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월에 금리를 올리기는 1999년 이후 처음이었다. 2월 그린북은 ‘인플레 기대심리’라는 표현을 빼고 “특히, 공급 측면의 물가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대책을 점검·보완하겠다”며 ‘공급요인’을 강조했다. 이는 우회적으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2월 금통위는 1월 물가가 4.1%를 기록했음에도 금리를 동결했다.

이런 현상은 김 총재 취임 이후 기준금리 결정이 정부 입장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이성태 총재 시절 통화정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별로 중요시 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금리전망을 할 때 한은 집행부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 발언이나 그린북 내용 등에 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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