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전산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담당한 현대오토에버가 입주해 있는 경기도 의왕시 삼동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 의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대오토에버는 어떤 회사?
매출액 중 계열사 비중 90%
‘그룹 일감 몰아주기’ 닮은꼴
매출액 중 계열사 비중 90%
‘그룹 일감 몰아주기’ 닮은꼴
현대오토에버(옛 오토에버시스템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시스템통합(SI) 관련 계열사다. 회사 매출의 90% 이상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 집중돼 있고, 이들로부터 매년 수천억원씩을 벌어들인다. 2000년 4월 5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뒤 매출은 2001년 485억원에서 지난해 563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344억원까지 수직상승했다.
급속한 성장의 배경은 지분 구조에 있다. 회사의 사실상 최대 주주는 정몽구 회장(10%)· 정의선 부회장(20.1%) 부자다. 나머지 지분은 현대차(29.9%), 기아차(20%), 현대모비스(20%) 등이 나눠갖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2001년부터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고,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이정대 재무총괄 부회장이 10년째 감사를 맡고 있다. 김선태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현대차 정보지원사업부장 출신이다. 재벌기업 총수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시스템통합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 사업분야는 시스템통합, 정보기술(IT) 인프라 서비스, 이러닝(E-learning) 컨설팅 등이다. 2000년 4월 오토에버닷컴으로 시작해 2003년 오토에버시스템즈, 지난달 현대오토에버로 사명을 바꿨다. 설립 초기엔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중고차·건설기기 매매, 알선업 등을 벌이다가, 이듬해부터 컴퓨터시스템 설계 및 자문업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그러나 정보 보안 컨설팅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현대캐피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보안시스템 관리·운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시스템통합 업체 보안 전문가는 “오토에버가 전산시스템에 대한 침입방지와 보안관제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걸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티 관련 회사에 힘을 실어주는 관행은 다른 재벌기업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태광그룹 편법증여 논란의 핵심에 있던 계열사는 이호진 회장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시스템통합 업체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였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지분 44.5%를 보유한 시스템통합업체 에스케이시앤시(SK C&C)는 2009년 상장과 함께 ㈜에스케이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발돋움했다. 2000년 5000억원대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1조47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 에스앤시(S&C),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맏딸이 전무로 있는 현대 유앤아이(U&I) 등도 계열사 지원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아이티 관련 기업들이다.
이들 회사는 그룹 안에서 입김도 강하다.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보니 계열사들이 납품단가 등을 함부로 조정하지도 못한다. 한 대기업의 시스템통합 계열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물량을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따며, 특히 돈 많은 계열사한테는 단가를 높여받을 정도로 그룹 내 위치가 공고하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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