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 & 한은 기준금리 추이
기준금리 3% 동결…한은총재 “국내외 변화 살펴야”
“두달에 한번꼴 인상 인플레 기대심리 못잡아” 비판
“두달에 한번꼴 인상 인플레 기대심리 못잡아” 비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다. 한쪽에선 정부가 물가안정을 올해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연달아 올릴 것을 점치기도 했으나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에 이를 만큼 물가가 치솟고, 당분간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개월간 추진된 금리인상의 영향과 국내외 여러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충격과 서민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또 올릴 경우 서민층은 물가급등과 이자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어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원전, 산유국의 정정불안, 남유럽국가의 재정위기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도 작용했다.
그러나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데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각각 4.7%, 7.3% 치솟았다. 12일 한국수입업협회(KOIMA)가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 흐름을 집계해 내놓은 코이마지수도 3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물가가 뛰기 시작한 지난해 9월 3.2%에서 지난달에는 3.9%로 가파르게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통위가 지난해 물가보다 경기회복에 매달려 선제적 대응에 실패해 첫단추를 잘못 끼운 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두달에 한번꼴로 느릿느릿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는 데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큰 폭의 금리인상을 머뭇거려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관심은 금통위가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나름대로 뚜벅뚜벅 앞을 보고 가고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앞으로는 농산물·석유류값 급등 같은 공급 측면보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이에 방점을 둬 금리정책을 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13일 수정된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을 연간 3.5%로 예측했다. 하지만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중동사태, 일본 지진 등의 변수와 국제원유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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