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역외탈세사범 41건 적발
선박 임대업과 해운업을 하는 ㄱ회장은 조 단위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다. 그가 소유한 해운회사의 총자산만 10조원을 넘는다. ㄱ회장은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을 벌이면서도 정작 조세피난처에 세운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선박 160여척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국내에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특히 서울에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도 맡지 않은 채 일체의 공개활동을 피한 ㄱ회장은 서울에 있는 집의 임대차계약서조차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작성하는 꾀를 냈다. ㄱ회장은 이런 방법으로 만든 비자금 수천억원을 스위스 은행을 비롯해 케이만군도, 홍콩 등 국외계좌에 감춰둬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ㄱ회장에게 4101억원을 추징하는 것을 포함해, 지난 1분기 동안 비거주자·외국법인으로 위장한 채 조세피난처에 소득을 은닉한 역외탈세사범 41건을 적발해 4741억원을 추징했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은 올해를 ‘역외탈루와의 전쟁 원년’으로 선포하고 모두 1조원의 역외탈루 세금을 올 한 해 동안 추징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ㄱ회장 사례는 국세청이 밝혀낸 역대 역외탈세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밖에 무역거래를 가장해 장비매입 원가 등을 허위로 계상하거나(11건·370억원), 주식 양도소득 및 이자소즉 등 국외소득을 신고누락(2건·141억원), 국외부동산 편법취득 등 변칙 외환거래를 이용한 탈세(27건·129억원) 사례도 국세청에 적발됐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역외탈세 행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등 역외탈세 차단에 세정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성 기자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