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남발' 한푼이 아쉬운 정부
정부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결국 뾰족수를 찾지 못하면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내린 만큼 정부도 ‘성의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석유 관련 세금은 크게 관세, 유류세, 부가가치세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관세와 부가세는 기름값이 올라가면 세금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6일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원유 수입액은 25조658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0% 정도 늘어났다. 원유에는 3%의 관세가 붙고, 원유 수입액과 관세를 합친 금액에 다시 부가세 10%가 부과된다. 1분기 원유에 붙는 관세와 부가세는 3조2860억원으로, 전년보다 9335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된 원유 가운데 60%는 다시 수출되기 때문에 1분기 실제 세수 증가분은 40% 정도인 3734억원에 그친다. 따라서 올 한해 관세·부가세 수입 증가액은 대략 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또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가 ℓ당 745원씩 붙는다. 지난해 정부가 거두어들인 유류세 18조4000억원은 전체 국세(170조9000억원) 수입의 10%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주유소 마진까지 다 합친 가격에 붙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최종 소비자가격이 나온다. 석유 관련 각종 세금은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효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가 130~140달러까지 급등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관세는 유가 상승에 따라 액수가 같이 늘기 때문에 세율을 인하해도 세수에 큰 타격이 없지만, 유류세는 10%만 내려도 한해 세수가 2조원가량 감소한다”고 말했다. 감세정책으로 들어오는 돈은 적어지고, 복지요구 증가 등으로 쓸 데는 많아진 재정당국으로서는 세금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어서 유류세 인하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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