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럴닥터 정혜진 원장(왼쪽), 김승범 원장(오른쪽)
세상을 바꾸는 직업
⑥ 의료공동체 만드는 의사들
⑥ 의료공동체 만드는 의사들
은은한 조명 아래 의료기기나 알 수 없는 용어가 적힌 사진, 커다란 모니터. 통상 진료실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이런 물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주치의’ 정혜진(사진 왼쪽) 원장은 편안해 보이는 자세로 분주히 아이패드를 이용하며 토끼 인형 옆에 앉아 있다. 2007년 5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문을 연 ‘제너럴닥터’(제닥)가 2010년 11월22일 경기도 분당의 엔에이치엔(NHN) 본사건물 16층에 두 번째 둥지를 틀었다.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환자의 삶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주치의’가 되겠다는 꿈이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엔에이치엔 입주는 제닥 쪽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현재 제닥에서 일하는 의사는 3명이다. 창립 멤버인 정 원장과 김승범(사진 오른쪽) 원장, 그리고 최근 합류한 김형주씨가 그들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경험을 둘러싼 전체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 의료 관련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도 포함된다.
엔에이치엔 건물에 자리잡은 제닥은 하루 평균 16~20명만의 환자를 받는다. 상담시간은 30분을 기본으로 한다. 정 원장은 “이곳을 찾는 임직원들이 30분가량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낯설어한다”며 “그러나 첫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승범 원장은 “환자들의 삶을 이해하다 보면 증상이 나타나게 된 계기가 분명히 있다”며 “제닥은 일방적인 판결을 내리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이와 함께 약을 처방하거나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잔소리도 하게 된다(웃음)”고 설명했다.
분명 의사로서 평범한 길은 아니다. 수익 구조 역시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제닥에서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김 원장은 “기존의 의료시스템을 둘러싼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김 원장은 “제닥이 지난 4년여 동안 만들어놓은 것을 누리기만 하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앞으로 함께 만들어 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조건은 새로운 진화를 앞두고 있는 제닥의 오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제닥은 의료서비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꾸려나가는 ‘의료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정 원장은 “소비자는 윤리적 소비로 힘을 실어주고 생산자는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협동조합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NH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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