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 전후 엔-달러 추이
원전 악화땐 일 복구활동 못해
주요산업 핵심부품 공급줄 막혀
주요산업 핵심부품 공급줄 막혀
세계경제 비관론 확산
‘블랙스완’(검은 백조·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비유한 용어)이 될 것인가, ‘제2의 한신지진’으로 그칠 것인가?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뒤이은 원전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놓고 국제 금융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태 초기만 해도 1995년 한신대지진 때처럼 오히려 경제에는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상당했지만, 원전 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대 ‘블랙스완’이 될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17일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원전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며, 코스피는 40 가까이 떨어진 급락세,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한 채 출발했다. 오후 들어 원전 전력공급 부분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최악은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코스피는 1.06 오른 1969.03에, 원-달러 환율은 4.50원 오른 1135.30원에 장을 마쳤다. 장초반 5% 가까이 급락했던 일본 닛케이지수도 1.44% 내림세로 낙폭을 줄였다. 앞서 16일(현지시각) 뉴욕 주식시장은 사흘째 급락하며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증시 역시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한신대지진 당시 재해복구에 따른 투자와 수요 증가로 일본 경제는 오히려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금융시장 충격도 단기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만약 원전 위기가 계속 악화한다면 복구활동 자체가 한동안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특히 실물 부문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본이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세계 주요 산업의 핵심부품 공급기지라는 점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부품공장들의 조업중단은 글로벌 생산규모 자체를 감소시켜, 세계경제를 둔화시킬 있다”며 “다른 나라가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세계 공급망에서 일본의 부재가 어떤 연쇄효과를 가져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이 복구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주요 변수다.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든, 적자국채를 대거 발행하든 국제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 유럽의 재정위기,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등으로 위태위태하던 세계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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