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물가지수 상승률
외식비 1.4%↑…13년 만에 최고
개인서비스 요금도 폭등세…인플레이션 심리 본격 확산
회사원 김수민(37·서울 은평구 구산동)씨는 최근 주말 집에서 오랜만에 중국음식을 주문했다. 1만원짜리 자장면·탕수육 세트 메뉴였다. 하지만 주문전화를 받은 중국집에서는 “재료값이 다 올라서 가격이 1만2000원으로 올랐다”며 “주변 중국집들도 모두 올렸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 나연수(34)씨도 지난달 동네 미용실에 갔다가 커트비가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 걸 발견했다.
물가상승세가 기름값과 각종 농산물을 넘어 외식비, 미장원 요금, 목욕탕비,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향후 물가상승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다급해진 정부는 급기야 개인서비스요금까지 집중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전국의 수백만개 식당, 미장원, 목욕탕, 학원 등을 상대로 정부가 가격 단속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6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외식비는 1월과 비교해 1.4% 상승했다. 외식비가 한달 사이에 1% 넘게 상승한 것은 외환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을 넘었던 1998년 1월(3.1%) 이후 13년 동안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3월(1.3%)과 지난달, 단 두차례밖에 없었다. 외식비를 포함한 전체 개인서비스요금도 전달보다 0.8% 상승했다. 더 심각한 것은 상승 속도다. 개인서비스요금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9월 0%, 10월 0.1%, 11월 0.1%, 12월 0.2%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1월(0.6%)부터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달에는 상승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3월에는 전통적으로 새 학기를 맞아 유치원비, 대학 등록금, 학원비 등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여기에 지난달 삼겹살을 중심으로 오르기 시작한 외식비도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과 노조의 임금협상이 시작되는 이달엔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상승하는 현상(wage-price spiral)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개인서비스요금 상승은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현재 물가상승은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상승 때문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단순히 ‘공급요인’(원가비용 상승)이나 외부요인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 즉 근원물가도 지난달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3.1%나 상승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2월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가 4.5%나 오른 것도 놀랍지만,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근원물가와 개인서비스요금이 너무 빨리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인플레 기대심리는 일단 자리를 잡으면 약화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이 2월 물가상승의 주원인”이라며 “3월에도 인플레 심리가 확산되면서 비용 상승 요인이 없어도 우선 올리고 보자는 심리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개인서비스 물가 안정에 주력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심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지역별 협회 등을 통해 협조요청을 하고 담합 등 불공정 소지가 있으면 공정위 등 관련 부처가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지자체와 국립대학들에 공공요금·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고, 이후에는 민간기업들에까지 가격인상 자제를 압박했던 정부가 이제는 전국의 자영업자들에게 요금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원은 “개인서비스요금을 정부가 행정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도 이를 잘 알 텐데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의지 표명’ 내지 ‘엄포’ 정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억눌렀어야 하는데, 이미 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한은은 금리를 정상화하고 환율을 낮추는 근본 처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이 2월 물가상승의 주원인”이라며 “3월에도 인플레 심리가 확산되면서 비용 상승 요인이 없어도 우선 올리고 보자는 심리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개인서비스 물가 안정에 주력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심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지역별 협회 등을 통해 협조요청을 하고 담합 등 불공정 소지가 있으면 공정위 등 관련 부처가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지자체와 국립대학들에 공공요금·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고, 이후에는 민간기업들에까지 가격인상 자제를 압박했던 정부가 이제는 전국의 자영업자들에게 요금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원은 “개인서비스요금을 정부가 행정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도 이를 잘 알 텐데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의지 표명’ 내지 ‘엄포’ 정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억눌렀어야 하는데, 이미 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한은은 금리를 정상화하고 환율을 낮추는 근본 처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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