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선
연료비, 비행기 절반 수준
장애물·파도에도 자유자재
시승은 착륙 문제로 연기
장애물·파도에도 자유자재
시승은 착륙 문제로 연기
수면비행선박 시험운행
“뜬다.”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화성호 인근 해변, 궁평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1㎞ 남짓 나아가자 수면비행선박(위그선) 아론7호의 모습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론7호는 1∼2m의 높은 파도도 아랑곳 않고 바다를 활주로 삼아 달리더니 이내 수면 위 수m 높이까지 떠올라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위그선은 보기에는 경비행기나 수상비행기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일반 비행기가 공기양력을 이용해 날아오르는 반면 위그선은 물과의 표면장력을 통해 주로 물 위 1∼5m 높이로 떠 비행한다. 때문에 비행기에 비해 연료가 절반 가까이 절감된다.
위그선은 1950년대 러시아에서 군수용으로 개발됐다. 90년대 초 러시아가 우리나라한테서 빌린 30억달러의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대신 제공한 군사기술 중의 하나로 국내에 도입됐다. 그 뒤 ㈜씨엔에스에이엠티에 의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러시아 모델인 에이(A)형 위그선은 수면 위 1∼5m에서만 운행하는 것으로 파도가 조금 높으면 운항이 어렵고 장애물을 피하기 힘들어 상용 운항이 힘들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개발된 비(B)형 위그선은 고도를 일시적으로 150m까지 높일 수 있어 장애물이나 높은 파도를 넘을 수 있다. 국토부는 한국형 위그선에 맞춰 수면비행선박의 운항 및 항만지원설비 관련법 개정작업에 나선 상태다.
상용화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운업체인 에어로마린이 씨엔에스에이엠티 쪽에 5인승 위그선 6척(척당 15억원)을 주문해놓은 상태다. 에어로마린은 이르면 10월부터 포항-울릉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시속 200㎞ 이상으로 달려 그동안 3시간10분 걸렸던 포항-울릉 간을 1시간10분 남짓한 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요금은 편도 13만원 안팎으로 기존 뱃삯의 두배 정도다.
방위산업으로도 의미가 있다. 씨엔에스에이엠티 쪽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100여대의 수륙양용상륙정 호버 크라프트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방위산업체와 위그선 1대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조현욱 사장은 “그동안 1300시간 10만㎞ 이상의 시험운항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세계 최초 상용화가 성공하면 세계적으로도 판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여러 점검이 필요할 듯했다. 이날 시연만 하고, 예정됐던 언론인 시승은 전날 시험운전 때 착륙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 연기됐다.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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