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청문회때 문제됐던 고가아파트 결국 입주안해
“실거주용이라더니…전세대란속 5억 임대” 비판
“실거주용이라더니…전세대란속 5억 임대” 비판
정종환(사진) 국토해양부 장관이 새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전세난 대책 주무부처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연말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데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안이한 인식을 보여줬는데, 정작 자신은 거주 목적으로 샀다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최근 5억원의 전세금을 받고 임대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정 장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첫 인사청문회 당시 이 아파트에 대한 투기 의혹을 부인하며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결과적으로 실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8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정 장관은 경기도 산본의 자신의 집을 놔두고 서울 남산자락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5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주택 정책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국토부 장관이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투기용으로 주택을 구입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지금 경기도 산본의 158㎡(48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 장관은 대선을 이틀 앞둔 2007년 12월17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195㎡(59평형) ㄴ주상복합 아파트를 13억3000여만원에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완공됐지만, 정 장관은 입주하지 않다가 11월 5억원의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장관은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고한 재산이 7억8000만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13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느냐”고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조금 무리라는 생각도 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등을 처분해 도심에 들어와서 살겠다”며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청문회 때 제기된 정 장관 부인의 땅 투기와 자녀 불법증여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부인이 2005년 충남 서천군 문산면 문장리에 절대 농지가 포함된 땅 6592㎡(1994평)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 정 장관은 청문회에서 “퇴직을 앞두고 시골에 내려가 살려고 구입했다”고 말해, 회현동 주상복합아파트 매입 목적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정 장관의 장남(40)은 직장 생활 초기인 30살(2001년)에 종로구 내수동 ㄱ아파트(124.17㎡, 현재 시가 10억3000만원)와 ㅇ오피스텔(37.56㎡, 약 2억원)을, 3남(34)도 장남과 같은 내수동 오피스텔(57.8㎡, 약 3억원)을 27살 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두 자녀의 취업 시기 등을 고려하면 증여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은행대출과 본인 저축금, 전세보증금 등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기갑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전세대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데 왜 (정 장관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고 비꼬았다. 강 의원은 “봄 이사철이 되면 전월세대란이 더 극심해질 텐데 정부는 세입자들에게 빚내서 집을 사거나, 오른 전세금을 내라고만 하고 있다”며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도심에서 살 생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장관직을 맡게 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산본 아파트가 과천 청사로 출퇴근하기에 훨씬 편리해 불가피하게 전세를 주게 됐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부덕한 일이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자녀 아파트 문제에 대해서는 “청문회 당시 이미 충분히 해명되고 정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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