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쌀 이외 곡물 55만톤 비축
리비아 반정부 시위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주요 원자재 수입가격들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도 “물가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두바이 현물 유가는 21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2일에도 3.36달러가 더 상승해 103.72달러까지 올라갔다. 리비아는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데, 최근 유혈사태로 석유업체들이 속속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원유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구리는 평균 수입가격이 t당 9137달러로 지난달보다 6.9% 급등했다. 원당은 2월 수입단가가 t당 677달러, 옥수수는 t당 277달러로 각각 지난달보다 10.1%씩 크게 올랐다. 이런 원자재·곡물 수입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시중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 ‘3% 물가’가 가능하다고 호언했던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원가부담으로 가격이 일부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인플레가 구조화된다”며 “현재 운영중인 석유·통신요금 및 국외곡물조달 태스크포스 등이 조기에 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주무부처가 독려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대비해 내년부터 쌀 이외에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55만t 정도 비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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