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 경제성장률 추이
국제 원자재값 등 외부요인 있었지만
저금리·고환율·성장률 집착이 부추겨
저금리·고환율·성장률 집착이 부추겨
물가관리 실패
“정부는 상반기 중에는 중앙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지방공공요금도 인상 억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주요 곡물에 대해 할당관세 인하를 추진하고, 석유류와 농축산물은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학원비·교복값 등에 대해 가격담합 및 불공정거래행위 예방활동을 강화한다.”
2008년 3월3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생활안정대책’의 일부다. 날짜만 숨기면 최근 정부가 내놓은 물가대책이라고 해도 속을 만큼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초 출범하자마자 맞닥뜨린 경제 문제는 물가난이었다. 출범 3년이 지난 지금도 물가급등세가 서민가계를 깊은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2007년 말부터 꿈틀대던 물가는 해가 바뀌자마자 급등세로 돌아섰다. 2008년 4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서더니, 7월에는 5.9%까지 치솟았다. ‘물가대란’은 같은 해 9월 ‘리먼사태’로 전세계가 극심한 경제침체에 빠지면서 해결됐다. 2009년에는 우리 경제가 사실상 제로성장(성장률 0.2%)에 머물면서 물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 6.1%, 물가상승률 2.9%’라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4분기부터 다시 물가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올 들어 1월에는 물가상승률이 4.1%를 기록했고, 정부 스스로 적어도 1분기에는 4%대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결국 2008년 초와 비슷한 경제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대응 방식도 비슷하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물가상승은 원가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관리(금리인상)로는 한계가 있다”(2008년 3월22일 경제정책조정회의)는 기본시각을 가지고 할당관세 인하, 유통과정 합리화, 공공요금 동결, ‘MB물가지수’ 산출(52개 생활물가 특별관리) 등 미시정책에 주력했다. 올해 정부의 물가대책도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는 점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두번의 물가상승을 모두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신흥국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과잉 유동성에 따른 국제 원자재값 상승,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이 최근 물가불안의 배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금리와 고환율을 기반으로 한 성장률 높이기’라는 현 정부의 정책운용 기조 또한 물가불안을 부추겼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강만수 전 장관은 2008년 ‘6% 성장’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임도 하기 전부터 저금리와 저세율, 고환율을 선호한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한은에 금리인하 압력을 넣고 금융시장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시그널을 주었다. 당시 고환율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결합해 물가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제수장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정부의 기본 태도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르는데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2%에서 2.5%로 인상하는 데 그쳤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은 현재 물가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100~1200원에 머물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외환경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수록 국내 경제운용 기조가 물가안정에 좀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정책은 이 부분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물가난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설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마트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신흥국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과잉 유동성에 따른 국제 원자재값 상승,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이 최근 물가불안의 배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금리와 고환율을 기반으로 한 성장률 높이기’라는 현 정부의 정책운용 기조 또한 물가불안을 부추겼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강만수 전 장관은 2008년 ‘6% 성장’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임도 하기 전부터 저금리와 저세율, 고환율을 선호한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한은에 금리인하 압력을 넣고 금융시장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시그널을 주었다. 당시 고환율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결합해 물가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제수장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정부의 기본 태도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르는데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2%에서 2.5%로 인상하는 데 그쳤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은 현재 물가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100~1200원에 머물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외환경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수록 국내 경제운용 기조가 물가안정에 좀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정책은 이 부분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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