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탈선사고’ 풀리지않는 의문
코레일 KTX 사고 ‘중간조사’ 발표
‘풀린 나사’ 책임싸고 말 달라
3일만에 결과발표 의문투성이
코레일 KTX 사고 ‘중간조사’ 발표
‘풀린 나사’ 책임싸고 말 달라
3일만에 결과발표 의문투성이
코레일과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일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일어난 케이티엑스(KTX) 탈선사고는 노후 케이블을 교체하는 외부 공사업체와 코레일 보수담당 직원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중간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코레일과 교통당국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또하나의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중간조사결과 발표가 이례적으로 너무 빨리 나온 점을 두고 뒷말이 많다. 사고 재발 방지보다는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덮으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 이른 조사결과 발표 원래 철도나 항공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다. 이 기관은 국토부 산하에 있지만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조사를 담당하는 사실상 독립기관이다. 대학교수·연구원·변호사·전문가 등이 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하는데, 최종결론이 나오기까지 보통 7∼8개월, 빨라도 3∼4개월은 걸린다.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코레일의 자체 조사 결과일 뿐 최종 결론은 우리가 내린다”며 “사고 당사자인 코레일이 직접 브리핑하는 것도 그렇고 시기도 조금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도 “철도사고 조사는 운전자의 실수, 궤도상의 문제, 차량의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길게는 1년도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과 국토부는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도 안 된 14일 공식 브리핑까지 열어 “노후 케이블 교체 공사업체의 너트 분실, 코레일 직원의 잘못된 임시조처, 엉터리 보고 등 잇따른 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로전환기가 오작동해 탈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코레일 쪽은 조기 발표한 이유에 대해 “사안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코레일 안팎에서는 4월로 예정된 브라질 고속철 수주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속전속결로 결론을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사고원인 두고 엇박자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코레일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 핵심적인 코레일 직원의 실수에 대해 국토부는 “한쪽 방향 직진 신호만 나도록 임시조처를 하면서 선로를 변경하는 분기기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잠가야 하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 쪽은 “서울로 가는 상행선만 가능하도록 조처한다는 것이 한 선은 상행, 한 선은 광명역으로 진입하는 선을 연결한 것”이라며 전선을 잘못 연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이 사고 발단으로 언급한 ‘너트 문제’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와 코레일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코레일 쪽은 탈선사고 전 3차례에 걸친 이상신호 발생의 원인이 선로전환기 보수 용역업체가 실수로 컨트롤박스 안의 너트를 채우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은 “업체 직원이 신호단자를 케이블 단자로 잘못 알고 너트를 풀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로전환기 보수를 담당한 ㄱ업체 관계자는 “케이블 교체 작업이 끝난 뒤 정상 작동하는 걸 확인한 뒤 코레일 직원한테 인계해주고 빠진 상태였다”며 “(풀린 너트는) 우리 직원들이 노후 케이블 교체와 관련해 건드린 쪽이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 9년차 직원의 단순 실수? 탈선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은 코레일 직원이 이상신호가 발생하자 직진 신호로 고정하면서 이를 관제실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코레일 쪽은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이다.
코레일은 이날 발표에서 용역업체의 공사 직후인 11일 아침 6시부터 7시22분 사이에 세차례에 걸쳐 광명역 관제실에 신호제어설비인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있다는 ‘불일치 신호’가 떠 코레일 직원이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직원은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자 이상신호만 뜨지 않게 직진 신호만 나도록 임시조처를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분기기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도록 잠가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관제센터에도 이런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임시조처를 마쳤다고만 보고했다는 것이다. 관제센터는 문제가 해결된 줄 알고 사고 열차를 광명역으로 진입하도록 하면서 평소처럼 선로전환기를 우측(하행선)으로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선로가 꼬이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케이티엑스 유지보수 경력만 9년째인 이 직원이 안전운행과 직결되는 선로전환기를 땜질 식으로 수리하고 이를 관제센터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선로전환기의 문제 말고도 다른 전자제어장치나 고속철 차량 자체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는 컨트롤박스는 물론, 차량과 기관사 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노조 쪽에서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기한다.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국장은 “허준영 사장 취임 한 달 만에 코레일이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다 보니 유지보수업무가 외주용역업체로 가고 정비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며 과도한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사고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박영률, 대전/송인걸 전진식 기자 ylpak@hani.co.kr
철도 전문가들은 선로전환기의 문제 말고도 다른 전자제어장치나 고속철 차량 자체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는 컨트롤박스는 물론, 차량과 기관사 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노조 쪽에서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기한다.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국장은 “허준영 사장 취임 한 달 만에 코레일이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다 보니 유지보수업무가 외주용역업체로 가고 정비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며 과도한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사고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박영률, 대전/송인걸 전진식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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